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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글'에 해당되는 글 134건

  1. 2020.06.24 가을 햇살에 눕다
  2. 2020.06.24 말로 표현하기
  3. 2020.06.24 냥이도 편식쟁이

16.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나스메 소세키가 생각나는 계절입니다. 그의 작품을 떠올리면 늘 이 계절, 대지를 비추는 가을 햇살과 바람이 제격이거든요. 엉성이가 전 작품을 끌어안고 있는 몇 안 되는 작가 중 으뜸이지요.   

 

가을볕과 대밭, 아무도 손대지 않는 동네 감나무 풍경. 엉성이 가을은 평안해 보입니다. 서너 시간씩 장소를 옮겨 가며 촬영 장소를 따라다니는 것일 뿐인데 허덕거립니다.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이 전에 없이 건강해 보인다면 좋을 텐데 아쉽게도 만나는 사람마다 피곤해 보인다고 인사를 건넵니다. 그래, 지나면 웃음 짓게 하는 일이지만 당장은 힘들었어.


이제 엉성이는 가을 햇살의 풍요를 들먹이며 황금빛 대지에게 보내는 따가운 하늘빛. 빛 고을로 번지는 자연의 경이로움을 구경할 뿐입니다. 그 가운데 엉성이는 자꾸만 기어들어가고 싶어 지는 거죠.


노곤해진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오면 아직도 따가운 햇살에 누운 우리 씨가 포르르 눈을 뜹니다. 이내 소리를 내며 졸졸 따라다니죠. 우리 씨 주변에 딱히 부족할 것이 없는데.. 아는 척해달라는 거였어요.
 

"우리 씨, 잘 지냈어요?"


엉성이는 눈을 맞추며 말을 건네고 그의 몸을 만져봅니다. 더 풍성해진 우리 씨 하얀 털이 코끝을 간지럽힙니다. 우리 씨가 얼굴을 들이밀며 비비대는 것도 익숙해졌어요.  

 

이웃에 사랑이가 있어요. 길냥이가 마음씨가 넉넉한 동반자를 만나 새로 들어왔더군요. 사랑이도 사람 볼 줄 아는 거죠. 길에서 계속 따라와 같이 살자 하고 지내게 되었답니다.


사랑이가 놀러 오면 우리 씨는 깜냥도 안 되는지 높은 곳에 올라 내려다보기만 합니다. 우리 씨는 역시 엉성이 동반자로 딱입니다. 제 밥통에서 마음껏 먹고 우리 씨 보금자리를 차지하고 있어도 지켜만 보네요.     


사랑이를 동반자로 맞은 눈해는 직장에 다니는데 혼자 두고 온 사랑이 걱정으로 CCTV라도 달아야 할까 보다 하더군요. 그런 이야기를 듣자니 엉성이는 어쩐지 너무 태평한 건가 하다가도 절레절레합니다.

 

"나는 태평한 고양이로소이다"


엉성이는 언제든 바깥 일로 나갈 때면 오히려 든든하거든요. 우리 씨가 있어 주어서 내 공간이 뽀얗게 우리 씨 흔적 투성이 되어도 개의치 않아요. 우리 씨는 같이 있어도 따로 지내는데 웬 걱정이래요.


어쩌면 우리 씨 경우만 해당되는 것인지는 모르겠네요. 사랑이 동반자에게 괜한 소리를 했나 싶기도 했어요. 냥이가 말을 못 해서 그렇지... 감시하는 거나 같은데 그건 아니잖아요. 사람들은 안전을 위한 것이라 떠들지만 전 그것을 이용해 감시하는 것은 아닌지 싶거든요. 가능하면 CCTV 따위는 없는 곳에서 지내려고요.


사랑이 깊어서라기 보다는 집착 아닌가 싶네요. 역시나 인간에게 늘 문제가 되기 쉬운 것은 사랑이라는 말로 대체하는 숨겨진 감정들 아닐지요. 냥이는 냥이대로 엉성이는 엉성한 대로 살아가는 거죠 뭐.  (2019.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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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보랏빛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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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행동파 우리 씨와 엉성이

 

아침 기운이 이미 가을이네요. 엉성이는 꽤 오랜 세월을 단순하게 기억합니다. 겨울은 12월 1일부터, 봄은 3월 1일, 6월 1일이 되면 여름으로 열리고 가을은 9월 1일부터 시작한다고요.


새로운 계절이 열리는 날이 되면 늘 하던 행동이 있었나 봅니다. 지금은 계절 구분이 안 되는 것 같아서 그만두었던지... 잘 기억이 나지 않아요. 아마 두 해정도는 지났지 싶어요.


페미니즘 공부를 시작하고 콘텐츠로 나누는 일도 숫자로 정리하기 만만하지 않은 것을 보니 그럭저럭 행동으로 이어가는 것이기는 합니다. 모성애 코르셋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며 엉성이는 새삼 깨닫네요.

 

엉성이는 대상을 이해한다고 말하지 못한다. 그저 느껴준다고 말하고는 한다. 엉성이는 입으로 말하기를 일상에서 잘 못하는 게 뚜렷하게 있다. 여러 분야에서 엉성이는 탈코르셋이 무의미하다.

 

 아니, 우리 씨에게는 하잖아요?
 한 번도 해보지 않았어요.
 정말요? 사랑한다는 말을 안 한다는 말이에요?
 네.



엉성이는 엄마이기도 합니다. 엄마인 엉성이가 자식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거의 하지 않고 살아왔다는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 엉성이도 깜짝 놀랐다는 거죠.


말이 필요 없는 눈빛으로 대상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환상인지 모릅니다. 어떤 의미에서 엉성이는 대단한 판타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겠죠. 그것은 자기 자신에게만 실현 가능한 것이었구나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스스로를 방어하는 데 사용한 처치법 정도일지도 모르겠다고 엉성이는 생각하네요. 그러면서 눈빛으로 건네는 우리 씨 시선에 응답합니다.

 

 

그래그래, 우리 씨. 말을 안 하고도 대상을 알아차린다는 것은 특히 사랑하는 마음에 있어서는 무리였나 봐. 우리 씨처럼 민감하게 반응하는 게 사람에게는 힘든 일일지도 모르겠어.


냥냥이 우리 씨와 엉성이는 그래서 서로 불편하지 않은가 봅니다. 셋째 애인 덕분에 다행스럽게도 너무 늦지 않게 우리 씨와 같이 지내게 되어 고맙습니다.

 

이제는 말하는 연습을 해야겠어요. 가수 팀의 '사랑합니다'만 노래방에서 불러대면 누가 알겠어요..후훗.

 

엉성이 셋째 애인,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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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보랏빛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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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닮은꼴 냥냥이와 엉성이

 

냥이는 며칠을 단식하듯 음식을 지나칩니다. 누가 이기나 보자. 배고프면 먹겠지 뭐. 새롭게 장만한 통조림을 따 밥그릇에 놓아둡니다.스윽. 코를 들이대더니 그냥 지나칩니다.

 

슬쩍. 엉성이는 곁눈질로 바라봅니다.우리 씨는 창 밖 한산한 거리를 바라보며 앉아있네요.우리 씨 건식 사료 주는 일도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엉성이는 조금 걱정을 하고요.

 

제발 이 음식 좀 치워 줘.안 먹는 게 왜 그렇게 많아?그것도 닮았습니다.몸에 좋다는 음식은 거부해.이것도 닮았습니다.
냥이에게 습식 사료를 주는 것은 수분 섭취를 포함한 선택이기도 하다네요. 사람에게도 양질의 음식이 좋다는 것은 뭐 하나마나한 말이긴 합니다만.


동반자 우리 씨가 아프게 되면 엉성이는 감당할 수 있을까... 이 문제가 가장 큰 고민 중 하나였거든요. 그래서 평소 좋은 음식을 제공하는 게 나을 것이라 생각하죠.


우리 씨는 뜻밖에 까다롭네요. 여기저기서 알게 된 정보를 이용해 장만한 음식 중 절반은 우리 씨에게 퇴짜를 맞아요. 애를 먹이다 결국 엉성이가 두 손을 듭니다.


알았어. 우리 씨, 싫은 것은 먹지 마.덕분에 주위에 냥이 씨와 음식을 나눕니다.   


우리 씨를 지켜보며 엉성이는 자신의 생활을 돌아봅니다. 안 먹고 못 먹는 게 많은 엉성이처럼 우리 씨도 닮은꼴이었구나. 엉성이는 평소 몸에 좋다는 음식을 대신할 영양소는 마음에 달린 것이라 생각합니다.


자신이 먹고 싶은 것을 먹을 때 몸도 편안해진다는 것을 터득한 편이거든요. 모닝커피로 하루를 열면서 몸이 깨어나는 느낌으로 지금까지 지내왔거든요.


하루 석 잔이면 괜찮다는 커피를 물 먹듯 섭취하는 엉성이가 자주 듣던 말을 이제 우리 씨에게 해대네요. 엉성이는 새우버거를 좋아해요. 생각해보니 대체로 정크 음식류에 속하기는 합니다.


아직 아이 시절 입맛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거지.웃으면서 우회적으로 보내는 가족의 눈빛이 떠오릅니다. 그런가요? 패스트푸드를 좋아하면 어른은 아닌 건가?

 

웃자고 하는 이야기라는 것을 알면서도 스테이크를 못 먹는 엉성이는 할 말을 잃어요.우리 씨에게 강요라는 말은 통하지도 않지만 쳐다보고 지나치며 새침해지는 우리 씨를 인정은 해야겠더군요.

 

우리 씨가 지쳐 엉성이를 바라보네요. 알겠어. 좋아하는 것만 드셔^^


아침 바람이 다르게 불어오네요. 기온은 높아지는데 바람은 다르게 말하면서 가을을 재촉하는 것만 같아요. 어디선가 귀뚤이 이야기도 가까이 들려옵니다.


엉성이는 우리 씨에게서 잊었던 기억을 찾습니다. 몸 건강은 마음 건강에서 온다는 것을. 냥냥이 우리 씨와 엉성이의 동반 생활은 편안하게 지나는 중이니 그것이면 충분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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