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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기억의 숲

Overdye*~ 2016. 9. 12. 10:56

2015년 5월 15일로 세월호 참사는 365일에 29일째를 맞았다. 그리고 '세월호 기억의 숲'은 5월 16일까지 참여할 수 있다. 장 지오노의 '나무를 심은 사람'을 떠올려 볼 수 있기를*~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입 안에서 사르르 녹아 들어가는 말이다. 프랑스어 특유의 맛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아마 이 말이 건네는 의미가 너무 달콤해서 일거다.

 

한국어 위키백과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란 프랑스어로 "귀족성은 의무를 갖는다"를 의미한다. 보통 부와 권력, 명성은 사회에 대한 책임과 함께 해야 한다는 의미로 쓰인다. ,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사회지도층에게 사회에 대한 책임이나 국민의 의무를 모범적으로 실천하는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단어이다.

 

초기 로마시대에 몇몇 왕과 귀족들이 투철한 도덕 의식과 솔선수범하는 공공정신을 보인 것에서 비롯된 말이다. 이를 귀족사회를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이해하는 입장도 있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그 의미가 사회지도층에게 주로 쓰이는 말이 되었다.

 

나는 반드시 이 말이 사회지도층에만 해당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 땅에서 평범하게 보통의 삶을 살아가면서도 자발적인 나눔은 흔하니까. 다만 굳이 사회지도층을 겨냥하는 것은 반어적인 의미가 강하다고 본다.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아주 드문 한국사회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지 않나.

 

 

 

 

'기억의 숲'은 세월호 참사 1년을 앞두고 오드리 햅번의 첫째 아들, '오드리 햅번 어린이 재단'의설립자인 션 햅번과 그의 가족들이 한국을 방문해서 제안한 프로젝트이다. 오드리 햅번 가족이 세월호 기억의 숲 조성에 나서는 이유는 가족 대 가족으로서 비극적인 사건을 접하고 마음을 같이 나누기 위해서라고 한다.

 

세월호 기억의 숲은 션 헵번이 숲을 통한 변화를 꿈꾸는 사회혁신기업 트리플래닛에 제안해 시작됐다. 나무를 심어 숲을 만듦으로써 희생자를 추모하고 유가족을 위로하고 프로젝트를 통해 이런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기를 바랐던 마음을 기록하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된다고 한다.

 

세월호 기억의 숲은 팽목항 인근의 진도군 내 조성된다. 조성 기금은 오드리 헵번 가족이 기부한 기금에 크라우드 펀딩을 더해 마련된다. 이번 숲에는 세월호 희생자의 이름과 가족, 생존 아이들이 작성한 메시지가 각인된 세월호 기억의 방도 설립될 예정이라 한다.

 

이런 프로젝트가 외국의 한 사람에 의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로 가능해졌다는 현실에 생각 좀 해보자. 물론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많은 일들이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작든 크든 그것은 문제가 아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자연스럽게 작동되지 않는 한국사회의 거대한 집단의 문제만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오래동안 축적된 한국 사회가 잃어버린 '가치'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돌봄의 공동체를 향한 마음, 그 착한 마음은 지하 깊숙이 갇혀 있다. 진도 앞바다 그 깊은 바다의 세월호처럼. 기억의 숲으로 가 하늘과 땅, 그 사이에 '사람'이 있음을 다시 느껴보면 어떨까. 지난 겨울 그 팽목항의 바람이 심상치 않게 다시 불어온다.

 

 

 

세월호 참사 이후, 한번은 꼭 다녀와야만 했던 곳. 외부의 힘에 의지해서라도 다녀와야만 했던 그곳, 개인적인 숙제를 풀어내기 위해 청춘열차에 올랐다. 나의 자리가 뒤바뀐 시간대에 내가 있었다. 지난 124일 청춘열차에 몸을 담아야 했던 마지막 기행이 될지도 모를 어린 친구들과의 겨울여행은 내 그리움의 그 어느 날로 기억에 남게 되었다.

 

무박의 열차여행은 동행인들과 나눌 그리 많은 말들이 없어도 밤기운과 열차의 시끌벅적함으로 생기가 넘친다. 어린 친구들처럼 내 스물의 첫 열차여행도 이렇게 무박의 밤으로 지나는 시간이었다. 그 때는 홀로 시작하는 세상을 향한 '출발'의 마음이었다면 이제는 세상을 떠날 준비의 마음이라 해야 할까.

 

팽목항의 바람은 온통 얼룩져 있었다. 세월호 참사 285일째 되는 날, 어린 친구들의 넋으로 출렁였다. 그동안 눈으로 보고 온 마음으로 좇던 느낌들이 온 몸에 날선 기운으로 다가온 힘든 시간이었다. 설움과 흐느낌, 오열하며 쌓여진 분노들이 노란리본을 여전히 펄럭이게 하고 바람으로 소리 내는 풍경들은 아직도 멈추지 못하고 울고 있었다. 팽목항에 놓여진 구조물들은 유령처럼 나를 맞아주었다.

 

그렇게 밤을 보내고 이어진 열린 하늘, 더는 빛나지 않았다. 팽목항의 해는 다시 떠오르지 못할 것만 같다. 슬픈 넋으로 출렁이는 바람에 불을 당겨 떠나보내는 연등에 마음을 담지만 이런 일들이 도대체 무슨 소용이 있을까. 결국 스스로를 위한 '행위'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내 마음의 평안을 위한 몸짓으로 멈추어버린다면 이 모든 괴로움들은 다시, 다시 되풀이 되고 말텐데. 정지된 시간들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현재로 돌아올 시간은 또 다른 기억의 공간이 필요하다.

 

'세월호 참사, 그 기억의 숲'을 위한 마음이 움직이시면 이곳으로 가면 자세한 이야기를 마음껏 공유할 수 있다.

 

 

참여는 이리로 : 사이트 : http://treepla.net/sewol_forest.html

 

 

2015.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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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보랏빛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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