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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중구 필동 동국대학교 이해랑예술극장 앞에서 열린 '안녕하지 못한 동국인들의 안녕들하십니까 성토대회'에서 한 참가자가 발언하고 있다. 2013.12.17/뉴스1

 

 

 

편지글은 약간의 형식이 필요하지요. 글의 시작은 읽을 대상을 불러 내고, 그간의 안부와 함께 글을 쓰는 이의 일상도 알려 주어야지요. 그리고 편지를 쓰는 까닭을 말하는 것이 형식일 겁니다. 하지만 나는 이 모든 형식을 거부하고 굳이 '편지'라는 제목으로 글을 씁니다. 늘 오르내리는 대통령의 이름 석 자가 주는 스트래스로  나의 안부는 안녕할 수 없기에 격식을 차려 잘 지내고 있다는 식으로 쓰고 싶지 않아서 입니다.

 

2012년 12월 19일 당선확정 소식에 2박 3일을 평소처럼 일을 할 수가 없었지요. 당일날은 밤새 막걸리 타령을 해야 했고, 이틑날은 하얗게 된 내 머리 속에서 헤메는 시간들이었습니다. 주말내내 스스로를 다독이며 월요일부턴 평상심을 발휘해야 한다고 다독거려야 햇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될 수 없는 현실의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요, 그런 날들이 오늘까지 사그라들기는 커녕

대통령이 최근에 띄워놓은 한 단어가 짓누릅니다. 암덩어리.

 

언론에 보도되는 극히 일부분의 알려지고 있는 죽음들에 대해서 알고 있나요. 그 죽음들이 말하고자 하는 것들을 알아차릴 수 없나요. 광장에서끊이지 않는 시민들의 소리는 들리지 않나요. 대통령이 왜 그렇게 되고 싶었나요. 국민들 앞에서 내건 공약들을 너무 쉽게 외면할 수 있는 강심장, 나와 같은 시민들에게도 그 비법을 알려주세요. 내 어머님이 어린 동생과 다툴때면 이런 말씀을 하셨죠. 어린 시절, 무척이나 기분이 상하는 말씀이셨어요.

 

"나이 값 좀 해라, 더 배웠다는 애가 부끄럽지 않니?"

 

한 개인이 들어도 맘 상하는 말인데 일국의 대통령을 떠올리며 팔십을 넘기신 어머님의 얼굴이 겹쳐집니다. 이제 세 아이의 엄마가 되어 내가 듣기 싫었던 말을 내 아이들에게 하지 않으며 살려고 많이 노력하며 살아왔습니다.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설명될 수 없는 이 사회의 일들에 대해서 무엇이라 설명을 해 주어야 할까요? 딴에는 道를 닦듯이 살아온 자부심 있는 내가 말에 앞서는 격분함을 누르기가 참으로 고역스럽습니다. 비결이 무엇이신지요.

 

대통령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무엇이 부족하신가요. 물론 세상에 알려진 것이 전부는 아니겠지만 말입니다. 밖으로 드러난 대통령의 삶은 부족한 것은 없어 보입니다. 내면에서 갈구하는 무엇인가가 있다면 그것들 중에서 스스로를 위한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드리고 싶습니다. 대한민국을 위하는 충심, 부모를 위한 경애, 그리고 개인적 성취감인가요. 이 모든 것들의 바탕에 부디 친애의 감정을 담아 구국의 결단을 하세요. 너무 추상적인지요.

 

일국의 대통령이 지닐 덕은 '측은지심'에서 발휘됩니다. 민주공화국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헌법을 수호하고 이 나라의 국민들의 삶이 어떻게 하면 나아질 수 있는 지를 광장을 통해 들으세요. 눈을 감고, 귀를 막은 채 있어도 세상의 소리는 빛보다 멀리 갑니다. 21세기에 선동정치는 너무 진부하지 않나요. 주변의 아부꾼들과 부역자들이 대통령을 지켜주지는 못합니다. 국민은 우둔하지 않습니다. 인간적 존재감에 위협이 느껴지면 오히려 냉정하지요.          

 

 

 

 

 

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서 故 이한열 열사 26주기 추모제가 열린 가운데 학생들이 흰 국화를 들고 있다. 이한열 열사는 연세대학교 재학중이던 1987년, 시위 중 전경이 쏜 최루탄을 맞고 22살의 나이에 사망해 6월 항쟁과 6·29 선언의 도화선이 되었다. 2013.6.7/뉴스1 © News1 박철중 기자

 

 

개인이 행할 수 있는 작은 선함이 공공의 선으로 향해 따뜻한 세상이 될 수 있다는 상상력을 발휘하며 살아갑니다. 그런 황홀한 나비효과를 생각하며 마음이 설렙니다. 한 국가의 행정부 수반으로서 '위대한 선택'을 하실 수는 없나요. 그런 엄청난 행운을 잡았는데, 그동안의 지난 역사에 기록된 과오들을 더 연장시킬 기록을 남기시려나요. 한 가문의 장녀가 아니라 한 국가의 대통령으로 잘못된 과정들을 바로 잡고 전환의 시대를 열어 주어야 합니다.

 

16세기에 <유토피아>를 발표한 토머스 모어를 이번 주말에 다시 만났답니다. 아이들이 묻지요. 고전을 왜 읽어야 하냐고, 늘 신간들이 눈길을 끌고 베스트셀러를 읽기에도 부족한데 말이지요. 함부로 말에 확신을 담아 하는 것은 부담스럽습니다. 그러나 이 점에서만큼은 단언하고 싶습니다. 인간의 삶과 세상에 대한 영원한 물음이 있기에, 우리에게 필요한 물음과 답을 찾아갈 수 있기에 고전을 읽어야 한다고 그 의미가 현재에도 유효하다고 말입니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세계화 시대는 여전히, 우리에게 고전을 시대와 상관없이 손에 들어야 할 이유를 확실히 보여주죠. 현재의 문제들은 안타깝게도 몇 세기를 지나며 이름만을 달리한 채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불편한 진실로 있습니다. 모어의 작품을 읽으면, 방향을 잃고 <디스토피아>로 나아가는 그 선두에 대통령이 지휘를 하고 있다는사실을 만나죠. 역사는 현재 일어나는 일들을 결코 잊지 않을 겁니다. 기성세대로서 신세대들에게 부끄러움보다 더한 것은 없지 싶습니다.

 

최근에 IOC의 정기심사에서 판정 등급 오류는 우리나라의 처지를 보여주고 있잖아요. 얼만큼 더 추락해야 하는 걸까요. 대통령 주변의 전방위적인 굴종들이 보여주는 작태들은 가관이 아닌지요. 인권이 사라진 사회, 사회와 개인의 조화를 방해하고, 오히려 고립을 조장하는 인물로 역사에 기록될 생각이신지요. 감히 난 이 모든 것을 대통령이 모르는 것은 아니겠지, 합니다. 우습지요. 나와 같은 평범한 개인들이 인식하는 상황을 대통령이 모를 수는 없겠지요.

 

대통령의 우아한 거짓말, 이땅에서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목숨을끊어야 하는 것인가요. 1년 2개월이 지나면서 기가막힌 일들은 너무 많더이다. 대통령을 감동시킬 생각은 없답니다. 그런 감동을 원했다면 일일이 구체적으로 나열하며 눈 앞에 펼쳐질 수 있는 표현이 필요하겠지요. 하지만 그렇게 쓰여질 편지는 아마도 끝을 낼 수 없게 될 겁니다. 기성세대는 남은 시간동안은 부족했던 지난 삶을 메우며 온전하게 마무리해야 하지 않을지요. 허공에 부숴질 말들의 풍경,하소연이겠지요.

 

 

 

누군가의 금전의 손실때문에 한 사람의 목숨을 앗아 간다는 것은 전적으로 옳지 않습니다. 이 세상에서 돈으로 얻을 수 있는 그 어떤 것도 사람의 목숨만한 가치를 지닌 것은 결코 없습니다.

 

- 토머스 모어 <유토피아>/열린책들 -

 

    

2014.08.11

 

Posted by 보랏빛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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