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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책방 이창우 북클럽 <책방, 눈 맞추다>

 

 

 

 매일 사용하는 같은 뜻이라 해도 말에는 다른 의미로 특별하게 다가오는 경우가 많다. 내게는 ‘벗’이 그렇다. 입말이 건네는 울림에 가끔 세상이 아름다워지는 순간도 있으니 말의 힘이란 이런 것이겠지 싶다. 영혼이 함께 전해지는 말. 한국사회에서는 말의 남용으로 진정성이 사라지고 있어서 어떤 경우에는 ‘나만의 말’로 그치는 때가 많았던 것 같다.

 

너는 친구 같다고 하면 그냥 넘어갈 수 있는데 너는 나의 벗이라고 하면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제는 생활에서 자주 쓰이기보다 문학에 남은 언어로 접하기도 하는데 그 문학도 가까이하지 않는 사람은 벗이 가슴 울리는 말이라는 것을 어찌 알아차릴까 싶기는 하다.

 

『우리말 분류 사전(남영신/성안당)』에 의하면 벗은 명사형으로 3가지의 뜻이 있다. 먼저 서로 가까이 지내는 사람이라는 한자어 ‘친구’이다. 우리말의 시대가 아슬아슬하게 남아있는 지금 일상에서 잘 쓰이지 않는다.

 

두 번째는 불을 피울 때 불씨에서 불이 옮겨 닿는 장작이나 숯을 가리킨다. 이 뜻을 들여다보면 말의 쓰임새가 어찌 이리 오묘할까 싶다. 불씨를 옮겨줄 벗은 다양하게 다를 수 있으니까.

 

세 번째는 소금밭(염전)에 걸어 놓고 소금을 굽는 가마를 말하는데 벗의 의미가 어떠할지를 말의 쓰임에서 절로 느껴진다. 우리말의 쓰임이 적절하게 멋스러움을 느끼게 해주는 말이다.

 

'벗'의 멋스러움을 문학에서 발견하는 기쁨은 오래간다.. 작가 설 흔의 『왕의 자살』은 조선의 12대 임금 인종의 죽음을 문헌의 기록을 추적하며 작가의 상상력이 만들어 낸 작품이다.

 

500년 이상 지속한 조선 왕조에서 8개월 며칠을 재위했던 임금이다. 작가 설 흔이 아니라면 그의 존재는 후세에 드러날 인물이 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조선의 역사에서 ‘인종’을 기억해 내기는 쉽지 않다.

 

영의정 윤인겸 등이 대행 대왕의 묘호를 인종이라고 의정했는데 인(仁)을 베풀고 의(義)를 행함을 일컬어 인이라 했다고 ‘명종실록’에 기록되어 있다.

 

교과서뿐만 아니라 역사 관련 책에서 그에 대한 기록을 찾기는 쉽지 않다. 그만큼 그의 재위 기간이 조선 역사에서 가장 긴 26년의 세자 시절과 가장 짧은 여덟 달의 왕좌를 지킨 병약한 임금으로 기록되어 있다.

 

작가는 중종의 아들로 개혁 세력의 피바람을 부른 사화(士禍)의 중심에 선 아버지를 닮지 않으려는 그의 의지가 결국 죽음을 가져왔다는 소설로 그를 드러냈다.

 

조선 12대 임금 ‘인종’이 아닌 한 개인 ‘이 호’의 선택을 주시했다. 하지만 아버지의 잘못을 반복하고 싶지 않았던 아들 이 호(인종)의 몸부림을 바라보는 시선 또한 다양할 것 같다. 이 호에게는 살아있는 벗이 없었다.

 

개인이 스스로 삶을 포기할 수 있는 행위는 책임지지 않는 자유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그런 포기에 용기라고 하거나 뜨거운 박수를 보내지는 않는다.

 

사람들은 결혼으로 평생의 동반자를 얻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아니 대부분이 그런 의미로 결혼하지 않나 싶다. 그다음은 각자 알아서 생각하고 판단할 문제이지만 남편과 아내, 삶의 동반자라 한다. 그 시간을 대부분 함께 나누는 평생 친구 같은 존재이다. 가족들도 공동체의 동반자로 살아가게 된다. 내가 있고 가족이 있다는 것을 전제할 때 가능한 공동체에 주목하고 싶지만.

 

여기서 혼자서도 잘 살거든. 일침을 가하고 싶은 개인이 있을 거다. 그래 나도 혼자서 잘 살아왔고 현재도 잘 산다. 하지만 더 잘 살아내고 싶은 욕망으로 벗이 필요하다고 하면 당신도 끄덕이지 않을까. 그런 순수한 욕망은 사회에서 주입하는 허위 욕망과는 차원이 다르지 않던가.

 

음악을 들으며 옆에 있는 벗을 바라볼 수 있게 되는 순간이면 충분한 삶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어떤 의미로든 벗이 있다는 것은 삶에 기쁨을 건넨다. 당신을 초대한다. 벗이여, 언제든 오시라. 나의 공간에 널브러진 자유로.

 

 

[붙임] 2020년 4월, 코로나 19로 뒤숭숭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책방이 장항읍으로 공간 이동을 했습니다. 궁금하다면 하나 더, 열어 놓은 <책방, 눈 맟추다>를 둘러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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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보랏빛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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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주기를 맞아 출간한 <17자 詩로 세월호 품다>

프롤로그 전문입니다.

세월호 참사 6주기를 맞습니다. 2014 4 16일 세월호 참사는 제 삶에 뜻하지 않은 공포를 주었습니다. 
저는 세 아이의 선택으로 일찍이 독립을 시키고도 단 한 번도 그들의 안위를 걱정하며 공포를 느끼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생각해보지도 못한 일이었기에 세월호 참사에 숨이 턱턱 막혔습니다. 만약 내 아이가 세월호에 있었다면 지금 나는 어찌 견디어낼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하고 또 생각해 봐도 상상조차 하기 어려웠습니다.

 

세월호 구조에 방관하고 있는 국가의 행위와 언론의 행태는 볼만 했습니다. 내 나라를 사랑하는 것과 국가를 대신하고 있는 이 정부는 등가일 수 없었습니다. 너무 화가 나서 무엇이든 해야 했고 사회 참여라는 작은 일부터 했습니다.

 

4.16연대에 가입하고 후원금을 보내고 팽목항을 다녀오고 기억의 숲 조성에 힘을 보태고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알아내려는 프로젝트에도 힘을 보탰습니다. 이 모든 일들이 갑작스레 아이를 잃은 부모의 심정에 비할 아무 것도 아닙니다.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은 막연하게 내 삶을 갉아대는 공포심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팽목항을 떠날 수 없는 마음, 304명의 생명을 구하지 못한, 아니 구하지 않은 국가의 폭력 앞에 저항할 수 있었기에 그 공포심은 조금 잦아들었습니다.

 

 가 잃어버린 생명들을 다시 기억하게 합니다. 세월호 참사 100일이 지나면서 받은 공포. 어떻게 지금까지 그대로인가... 진실이 침몰하고 한국사회는 어떻게 이리도 멀쩡한가... 
그 설움과 분노, 절망을 뒤로 하고 포기하지 않는 마음, 희망으로 세월호를 품었습니다.

 

세월호 참사 6주기를 맞아 두 번째 시집을 펴냅니다. 충남 서천 동아리 상상테이블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이 같이 한 아름다운 동행은 사라진 진실에 힘을 더해 이 땅에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기원하는 마음입니다. 진실은 결코 제 힘을 잃지 않습니다.

 

세월호 참사 6주기 304명을 기억하고 추모합니다.

 

 

[붙임]

세월호 참사 100일부터 1000일 동안 그 순간을 담아 둔 마음에서 304편을 품었습니다. 6주기 세월호 추모 시집은 주로 2015년 일상을 담은 마음으로 두 번째 독립출판을 합니다. 인세 전액은 416연대에 기부합니다.

 

“세월호 기억하기. 아름다운 동행에 동참해 주세요”

 

구입처: [오프라인 서점] 책방, 눈 맞추다 (041-953-0916)

 

책방 고양이 우리씨.

 

 

[2020.7.12.]

문득.

막걸리를 낮부터 밤까지 들이붓던 날을 지나 비내리는 일요일입니다. 다행스럽게도 막걸리 후유증은 없네요.

 

이리갔다 저리 갔다.. 대체로 삶 전체를 들여다 보니 어리둥절합니다.

최근 현재 진행형으로 돌려놓으려고 들여다 보기는 했습니다만. 

 

내 블로그를 돌보지 않아 사실 막막합니다. 

우선 가장 중요한 날을 정리했습니다. 그날의 기록들은 어떤 형태로든 제대로 존재하고는 있으니까요. 

 

[세월호 6주기 기억하기] 팟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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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보랏빛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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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우리씨와 연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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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대상은 다양할수록 진한 그리움을 만들어 준다.

여러 빛으로 물든 그리움을 일상에서 자주 만나는 시간이 많아지면 행복한 순간들로 삶은 고양되어 간다. 

두려움은 늘 우리를 주저하게 하는 실체 없는 방해꾼이다. 

 

-이창우 <좋은 연애> 중에서-

 

 

바닷가 산책을 나갔어요^^

 

2월의 바다는 한적한 곳입니다. 산책냥이 우리씨의 외출. 정작 바다는 관심도 없고 길 가에서 묻어나오는 비릿한 냄새에만 관심이 있더라고요.

 

작은 책방 공기보다야 나은 바깥 공기를 가르고 신나게 달려가는데 그 걸음을 따라 잡을 수도 없답니다. 우리씨와 산책은 대체로 인간달리기 연습 같은.

 

생선 냄새 맡기에만 빠져버린 우리씨에게 바다 구경은 무리더군요. 겨울 바다를 나무의자에 앉아 바라보지만 우리씨는 자꾸 품 안으로 파고들 뿐이네요^^

 

2020. 0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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