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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글'에 해당되는 글 134건

  1. 2020.06.24 미꾸라지 냥이
  2. 2020.06.24 우리 씨, 같이 기운 내요
  3. 2020.06.24 오해와 이해

13. 우리 씨 여름 나기  

 

엉성이의 외출이 잦은 여름날, 우리 씨는 어떻게 지냈을까요. 텅 빈 공간이 궁금하긴 합니다. 엉성이처럼 우리 씨도 독립적인 공간을 선호하기에 어쩌면 홀로 남음을 즐기는지도 모르죠.


새로운 일을 시도하면서 설레는 일이 좋아요. 같은 공간에서 활동하는 사람들과 짧은 거리를 두고 마주하는 일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거든요. 특히 협업을 통해 이루어내는 일이기에 재미있어요.


마치 엉성이는 다른 세계로 이동한 듯 착각을 해요. 그동안 같이 한 사람들과는 너무도 다르거든요. 요즘 엉성이는 다큐멘터리 제작하는 일에 빠져 있답니다. 지금까지는 기획 단계라서 그런지 놀러 가는 느낌이지만요.


폭염을 들먹거리는 여름 나기를 준비하기로 했어요. 긴 털 소유자인 우리 씨는 여름 털이 새로 나는 시기라 함께 있는 이 공간은 공기처럼 우리 씨 하얀 털이 자유롭게 춤을 춥니다.    

 

                     『고양이를 사랑한다면 알아야 할 것들』 난리 히데코

 

 

제5교시 고양이의 건강을 배운다     

동물 병원 가기 전에 할 수 있는 일 ∥ 검사 결과가 완벽한 건 아니다 ∥ 동물 병원의 종류와 차이 ∥ 동물 병원 선택의 5가지 기준 ∥ 고양이, 보호자, 수의사의 협력이 중요하다 ∥ 고양이 건강 판단법 ∥ 서양의학 이외의 치료법도 있다 ∥ 고양이 보살피기 ∥ 고양이와 함께하는 재난 방지 대책 ∥ 무심코 밖으로 나가버린 고양이 찾는 법 ∥ 고양이와 함께 이사하기 ∥ 귀여운 고양이에게는 집을 맡기자       


아침이면 털 손질을 부탁하는 우리 씨 눈빛을 알아차린 엉성이는 브러시를 사용해 털을 풀어줍니다. 한 번이던 털 손질이 언제부터인지 셀 수 없이 늘어만 갔어요. 가끔 엉킨 털을 고양이 가위로 정리했죠.


아마도 우리 씨가 그루밍으로 감당하기 어려웠던지 배와 가슴 부분 털이 뭉쳐서 걱정이 되더군요. 가위로 잘라 내기가 너무 어렵게 뱃가죽과 너무 가까워 고민을 합니다.


지난해 여름은 더위로 대단했죠. 별생각 없이 동물병원으로 가서 우리 씨 털을 맡겼어요. 그런데 전신마취 후 털을 깎는 겁니다. 그 후는 우리 씨 바라보기가 너무 안쓰럽고 미안했던 기억이 있거든요.

 

동물병원으로 데려가는 것은 못할 짓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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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보랏빛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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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예방주사 맞기

 

주위를 둘러보다 그만 책 한 권에 시선이 꽂혀 하루가 푹 꺼지는 날이 있죠. 서너 달은 묵은 책일 겁니다. 사실 기억에 없어요. 분명 엉성이가 선택한 책인데... 『왜 세계의 가난은 사라지지 않는가』장 지글러. 아마 글쓴이의 이름만으로 결정한 책일 것 같아요.


십 년이 훌쩍 지났네요.  장 지글러의『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를 읽고 받았던 충격은 한 구탱이 늘 침전되어 있는 것 같아요. 이 세계가 조금은 나아졌을까... 장 지글러에 의하면 이 세계의 양극화는 더 극단으로 가나 봅니다. 국가가 성장하는 것이 나쁠 이유가 없죠. 문제는 그 성장이 고루 분배되는 가이니까요.


엉성이는 너무 애쓰지 않기로 했지만, 여전히 이 세계의 우울은 엉성이에게로 전염되나 봅니다. 장 지글러는 자본주의 전염병으로 설명하기도 합니다. 어쩌면 같이 있는 우리 씨가 느껴주나 봅니다.

 

책을 읽는 내내 우리 씨는 엉성이 곁을 지킵니다. 엉성이의 감정선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을 알아차린 듯. 자본주의. 이 단어에 푹. 꺼져 들고 맙니다. 때로 책은 엉성이를 꼼짝없이 묶어버립니다. 휴우.


아침 일찍 출발해 두어 시간 지나 우리 씨는 병원을 다녀왔습니다. 종합 백신이라는데.. 우리 씨에게 필요한 주사라고 하는 수의사를 신뢰하는 마음으로 꾹. 낯선 환경에서 다른 냥냥이와 댕댕이들이 뒤섞여 몹시 긴장했던 탓일까요.

 

집에 돌아와서 빛 바랜 눈으로 가만 앉아있기만 합니다. 그러다가는 이내 잠들어버리는데 식사에도 통 관심이 없네요. 우리 씨가 기운 없는 게 자본주의 때문은 아니겠죠.
  

잠든 우리 씨 모습이 힘들어 보여요. 우리 씨, 오늘 잘 견뎌내기^^


우리 씨, 건강 검진은 현재 매우 양호하다고 합니다. 몸무게도 적당한 상태라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요. 의사 선생님은 이제 우리 씨 몸집 성장은 거의 끝났다고 보는군요. 건강 검진 결과보다 현재 우리 씨 상태를 눈여겨 살펴보는 일이 중요하죠.


엉성이는 쓸데없는 걱정으로 힘을 낭비하지 않는 사람이긴 하니까요. 지나친 정보가 오히려 불안을 키우기도 하거든요. 활용하는 지혜를 가지기로.

 

67억이 살아가고 있다는 이 세계는 왜 이리도 한쪽으로 치우쳤을까요. 순전히 운으로 지금 여기 살아가기에 5초에 1명이 기아로 죽어가는 현실은 도무지 상상할 수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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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보랏빛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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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겁 많은 냥냥이 동반자

 

고양이가 무서워. 왜 고양이를 싫어하지? 무서워한다고. 여기서도 이해가 아니라 오해가 생긴다. 나는 분명 무섭다고 했는데 정작 그 말을 들은 사람은 싫어하냐고 되묻는다.

 

무서운 이유를 찾아 설명한다. 아마도 추리물 때문일 것 같아. 살인을 완전범죄로 만들 수 있던 순간 벽 안에서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려. 살해된 시체와 함께 검은 고양이가 있었던 거였어. 유독 그 작품이 선명하게 기억에 있거든. 아무래도 거기부터 출발해야 할 거야.      


생물체는 대체로 내겐 약간의 무서움과 긴장감을 주곤 한다. 마당에서 기르던 백구가 새끼를 낳았는데 한 마리가 따로 떨어져 나왔길래 그 강아지를 집어 들어 백구에게 가져가던 그 순간. 그 물컹하고 말랑거리던 질감. 그 순간 힘의 안배를 고민하며 벌벌 떨었던 때가 선명해. 하지만 강아지는 무섭지 않아. 도저히 애완용으로 내 공간 가까이에 두거나 품을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     


막차를 타고 역에 도착했던 날이다. 낮에 흩뿌린 눈들이 흔적 없이 땅 아래로 녹아 스며들었지만, 아직 나무들의 가지에는 자취를 남겨두었다. 역사는 어둡고 조용했다. 함께 내린 승객들과 또각거리는 발자국과 어둠에 여기저기서 비추는 자동차의 불빛, 그리고 안개. 이곳의 밤은 자주 안개를 뿌린다.      


바다가 가까운 지역이니 지리적인 이유가 크겠지만 내게는 이런 밤 풍경, 안개를 가르며 걸어가는 텅 빈 밤거리에 팔딱거린다. 평소에는 역 앞에 늘어서 있던 택시들이 내 앞의 사람을 마지막으로 없다. 안개는 하늘에서 내려와 내 무릎 언저리까지 휘돌아 오르락내리락하며 흐물거린다. 역으로 들어오는 입구 길 너머까지 어둡다.     

 
택시가 더는 들어오지 않으려나 보다. 왼쪽 다리의 부실함에 집까지 걷기에는 분명 무리다. 그렇다고 택시가 올 것이라는 확신도 안 선다.

 

사거리까지 나가면 여기보단 움직이는 택시들이 보일 것 같아 우선은 걷기 시작한다. 가로등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희미했던 것 같다. 어두운 하늘빛과 흰 안개에 주변 풍경이 흑백의 조화로 펼쳐진 것을 눈으로 바라볼 수 있었으니 어디에서건 불빛이 발하고 있던 거였다.     

 
사거리 쪽은 이미 신호등이 깜빡거린다. 자정이 넘으면 신호체계는 자유를 허락한다. 차들의 움직임이 적어지는 시간이니 당신들 멋대로 하세요. 한밤중에 사거리를 내 멋대로 휘젓고 다니는 자유, 이 고요와 적막을 두르고 걸어간다. 절반쯤 남은 사거리에서 내게로 달려오는 희미한 불빛은 빈 택시를 알리는 빛이다.      

 

순간 그냥 걸을까 하다가 내일이 걱정된다. 그냥 타자. 역전에 사람 더 있나요? 아니요. 제가 마지막이었어요. 기다리시면 택시가 들어갈 텐데 나오셨네요. 내가 있는지 어찌 알겠어요. 그냥 다 알아요. 어마어마한 오해다. 이런 오해가 일상에서 늘 터진다.

 

어이쿠. 고양이와 관한 오해와 이해의 차이를 쓰고 있단 사실을 잊었다.     

 

다시 고양이 이야기로 돌아가 오해를 이해로 변화시켜볼 내 나름의 노력은 해가 바뀌면서 이어진 뜻밖의 인연 덕분이다. 우연하게 팟캐스트에서 듣게 된 아이오와의 작은 마을 스펜서 도서관 고양이 책 『듀이』를 만나면서였다. 책에서 듀이의 엄마가 소개하듯 책 표지에 듀이는 정말 무섭지 않았다. 사진이라서일까.          

 

지금까지 나를 찾아온 고양이 가족을 잊지 못한다. 몇 년 전 아침에 현관문을 당겼는데 고양이와 그의 아기 고양이가  앉아 나를 바라보았다. 네 마리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기 고양이 엄마 고양이 아기 고양이 두 마리. 기억에 있는 이미지로 검은색과 흰색이 섞인 고양이 가족이었다.

 

딱. 그들을 마주하고 튀어나오는 비명과 끌어당긴 철문.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보낸 시간은 물리적인 감각과는 달랐던 기억의 거기까지. 기회를 놓친 것이다. 

 

    

 

책을 좀 더 읽어요.


듀이 리드모어 북스. 스펜서 도서관 고양이의 온전한 이름이다. 뭔가 이름에 정중함이 들어있다. 지역사회에서 공공도서관의 역할을 고양이의 이름에서 발견한다. 듀이로 하여 작은 마을 스펜서는 관심을 받게 되고 활기를 찾는다. 그렇게 되기까지 스펜서 도서관에서 고양이를 보살피기 위한 노력들이 지속된다. 듀이는 지역민과 친해지고 그 공감대가 지역에 변화를 가져온다.


한 국가의 수도만이 거대한 발전을 하고 지역 사회는 빠져나가는 인구에 몸살을 앓고 있다. 서울로 서울로. 이것이 한국이 갖고 있는 커다란 오해이기도 하다. 그런 오해 속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는 서울 탈출이라는 탁월한 선택을 했다. 그래서 한국의 수도인 서울에 붙은 '특별시’라는 을 사용하기가 싫다.

 

특별함은 지역마다 지닌 아름다움이어야 하니까. 그런 의미에서 서울은 별로 아름답지 않다.  그것을 무시하는 이름으로 서울만을 특별시라 불리는 것은 오해가 아닐까. 지역 사회의 특별함이 골고루 다양하게 빛날 때 그 오해는 이해로 변한다. 나는 그 이해의 한가운데 듀이가 있다는 사실, 한 마리의 고양이가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끌린다.

 

내게 허락된 남은 시간은 이 무섭지 않은 고양이 듀이를 생각하며 고양이가 나를 피하는 게 더 먼저이겠지만 길에서 마주칠 멀리 있는 고양이를 피하던 짓을 더는 하지 않으려 한다. 고양이가 무서웠던 이유에 대해 이해를 바라면서.       

 

[덧붙임]

고양이를 무서워하는 내가 '나'에게 건넨 2017년 새해 선물을 읽고 남긴 글입니다. 엉성이는 냥냥이와 친해지기 위해 홀로 노력을 해왔던 것 같아요. 우리 씨와 엉성이가 동반자가 되는 데 작은 용기를 남긴 좋은 책이었어요.

 

 

엉성이 동반자가 된 냥냥이 우리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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