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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책방 이창우 북클럽 <책방, 눈 맞추다>

 

 

 

 매일 사용하는 같은 뜻이라 해도 말에는 다른 의미로 특별하게 다가오는 경우가 많다. 내게는 ‘벗’이 그렇다. 입말이 건네는 울림에 가끔 세상이 아름다워지는 순간도 있으니 말의 힘이란 이런 것이겠지 싶다. 영혼이 함께 전해지는 말. 한국사회에서는 말의 남용으로 진정성이 사라지고 있어서 어떤 경우에는 ‘나만의 말’로 그치는 때가 많았던 것 같다.

 

너는 친구 같다고 하면 그냥 넘어갈 수 있는데 너는 나의 벗이라고 하면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제는 생활에서 자주 쓰이기보다 문학에 남은 언어로 접하기도 하는데 그 문학도 가까이하지 않는 사람은 벗이 가슴 울리는 말이라는 것을 어찌 알아차릴까 싶기는 하다.

 

『우리말 분류 사전(남영신/성안당)』에 의하면 벗은 명사형으로 3가지의 뜻이 있다. 먼저 서로 가까이 지내는 사람이라는 한자어 ‘친구’이다. 우리말의 시대가 아슬아슬하게 남아있는 지금 일상에서 잘 쓰이지 않는다.

 

두 번째는 불을 피울 때 불씨에서 불이 옮겨 닿는 장작이나 숯을 가리킨다. 이 뜻을 들여다보면 말의 쓰임새가 어찌 이리 오묘할까 싶다. 불씨를 옮겨줄 벗은 다양하게 다를 수 있으니까.

 

세 번째는 소금밭(염전)에 걸어 놓고 소금을 굽는 가마를 말하는데 벗의 의미가 어떠할지를 말의 쓰임에서 절로 느껴진다. 우리말의 쓰임이 적절하게 멋스러움을 느끼게 해주는 말이다.

 

'벗'의 멋스러움을 문학에서 발견하는 기쁨은 오래간다.. 작가 설 흔의 『왕의 자살』은 조선의 12대 임금 인종의 죽음을 문헌의 기록을 추적하며 작가의 상상력이 만들어 낸 작품이다.

 

500년 이상 지속한 조선 왕조에서 8개월 며칠을 재위했던 임금이다. 작가 설 흔이 아니라면 그의 존재는 후세에 드러날 인물이 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조선의 역사에서 ‘인종’을 기억해 내기는 쉽지 않다.

 

영의정 윤인겸 등이 대행 대왕의 묘호를 인종이라고 의정했는데 인(仁)을 베풀고 의(義)를 행함을 일컬어 인이라 했다고 ‘명종실록’에 기록되어 있다.

 

교과서뿐만 아니라 역사 관련 책에서 그에 대한 기록을 찾기는 쉽지 않다. 그만큼 그의 재위 기간이 조선 역사에서 가장 긴 26년의 세자 시절과 가장 짧은 여덟 달의 왕좌를 지킨 병약한 임금으로 기록되어 있다.

 

작가는 중종의 아들로 개혁 세력의 피바람을 부른 사화(士禍)의 중심에 선 아버지를 닮지 않으려는 그의 의지가 결국 죽음을 가져왔다는 소설로 그를 드러냈다.

 

조선 12대 임금 ‘인종’이 아닌 한 개인 ‘이 호’의 선택을 주시했다. 하지만 아버지의 잘못을 반복하고 싶지 않았던 아들 이 호(인종)의 몸부림을 바라보는 시선 또한 다양할 것 같다. 이 호에게는 살아있는 벗이 없었다.

 

개인이 스스로 삶을 포기할 수 있는 행위는 책임지지 않는 자유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그런 포기에 용기라고 하거나 뜨거운 박수를 보내지는 않는다.

 

사람들은 결혼으로 평생의 동반자를 얻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아니 대부분이 그런 의미로 결혼하지 않나 싶다. 그다음은 각자 알아서 생각하고 판단할 문제이지만 남편과 아내, 삶의 동반자라 한다. 그 시간을 대부분 함께 나누는 평생 친구 같은 존재이다. 가족들도 공동체의 동반자로 살아가게 된다. 내가 있고 가족이 있다는 것을 전제할 때 가능한 공동체에 주목하고 싶지만.

 

여기서 혼자서도 잘 살거든. 일침을 가하고 싶은 개인이 있을 거다. 그래 나도 혼자서 잘 살아왔고 현재도 잘 산다. 하지만 더 잘 살아내고 싶은 욕망으로 벗이 필요하다고 하면 당신도 끄덕이지 않을까. 그런 순수한 욕망은 사회에서 주입하는 허위 욕망과는 차원이 다르지 않던가.

 

음악을 들으며 옆에 있는 벗을 바라볼 수 있게 되는 순간이면 충분한 삶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어떤 의미로든 벗이 있다는 것은 삶에 기쁨을 건넨다. 당신을 초대한다. 벗이여, 언제든 오시라. 나의 공간에 널브러진 자유로.

 

 

[붙임] 2020년 4월, 코로나 19로 뒤숭숭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책방이 장항읍으로 공간 이동을 했습니다. 궁금하다면 하나 더, 열어 놓은 <책방, 눈 맟추다>를 둘러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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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주기를 맞아 출간한 <17자 詩로 세월호 품다>

프롤로그 전문입니다.

세월호 참사 6주기를 맞습니다. 2014 4 16일 세월호 참사는 제 삶에 뜻하지 않은 공포를 주었습니다. 
저는 세 아이의 선택으로 일찍이 독립을 시키고도 단 한 번도 그들의 안위를 걱정하며 공포를 느끼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생각해보지도 못한 일이었기에 세월호 참사에 숨이 턱턱 막혔습니다. 만약 내 아이가 세월호에 있었다면 지금 나는 어찌 견디어낼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하고 또 생각해 봐도 상상조차 하기 어려웠습니다.

 

세월호 구조에 방관하고 있는 국가의 행위와 언론의 행태는 볼만 했습니다. 내 나라를 사랑하는 것과 국가를 대신하고 있는 이 정부는 등가일 수 없었습니다. 너무 화가 나서 무엇이든 해야 했고 사회 참여라는 작은 일부터 했습니다.

 

4.16연대에 가입하고 후원금을 보내고 팽목항을 다녀오고 기억의 숲 조성에 힘을 보태고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알아내려는 프로젝트에도 힘을 보탰습니다. 이 모든 일들이 갑작스레 아이를 잃은 부모의 심정에 비할 아무 것도 아닙니다.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은 막연하게 내 삶을 갉아대는 공포심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팽목항을 떠날 수 없는 마음, 304명의 생명을 구하지 못한, 아니 구하지 않은 국가의 폭력 앞에 저항할 수 있었기에 그 공포심은 조금 잦아들었습니다.

 

 가 잃어버린 생명들을 다시 기억하게 합니다. 세월호 참사 100일이 지나면서 받은 공포. 어떻게 지금까지 그대로인가... 진실이 침몰하고 한국사회는 어떻게 이리도 멀쩡한가... 
그 설움과 분노, 절망을 뒤로 하고 포기하지 않는 마음, 희망으로 세월호를 품었습니다.

 

세월호 참사 6주기를 맞아 두 번째 시집을 펴냅니다. 충남 서천 동아리 상상테이블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이 같이 한 아름다운 동행은 사라진 진실에 힘을 더해 이 땅에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기원하는 마음입니다. 진실은 결코 제 힘을 잃지 않습니다.

 

세월호 참사 6주기 304명을 기억하고 추모합니다.

 

 

[붙임]

세월호 참사 100일부터 1000일 동안 그 순간을 담아 둔 마음에서 304편을 품었습니다. 6주기 세월호 추모 시집은 주로 2015년 일상을 담은 마음으로 두 번째 독립출판을 합니다. 인세 전액은 416연대에 기부합니다.

 

“세월호 기억하기. 아름다운 동행에 동참해 주세요”

 

구입처: [오프라인 서점] 책방, 눈 맞추다 (041-953-0916)

 

책방 고양이 우리씨.

 

 

[2020.7.12.]

문득.

막걸리를 낮부터 밤까지 들이붓던 날을 지나 비내리는 일요일입니다. 다행스럽게도 막걸리 후유증은 없네요.

 

이리갔다 저리 갔다.. 대체로 삶 전체를 들여다 보니 어리둥절합니다.

최근 현재 진행형으로 돌려놓으려고 들여다 보기는 했습니다만. 

 

내 블로그를 돌보지 않아 사실 막막합니다. 

우선 가장 중요한 날을 정리했습니다. 그날의 기록들은 어떤 형태로든 제대로 존재하고는 있으니까요. 

 

[세월호 6주기 기억하기] 팟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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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우리씨와 연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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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대상은 다양할수록 진한 그리움을 만들어 준다.

여러 빛으로 물든 그리움을 일상에서 자주 만나는 시간이 많아지면 행복한 순간들로 삶은 고양되어 간다. 

두려움은 늘 우리를 주저하게 하는 실체 없는 방해꾼이다. 

 

-이창우 <좋은 연애> 중에서-

 

 

바닷가 산책을 나갔어요^^

 

2월의 바다는 한적한 곳입니다. 산책냥이 우리씨의 외출. 정작 바다는 관심도 없고 길 가에서 묻어나오는 비릿한 냄새에만 관심이 있더라고요.

 

작은 책방 공기보다야 나은 바깥 공기를 가르고 신나게 달려가는데 그 걸음을 따라 잡을 수도 없답니다. 우리씨와 산책은 대체로 인간달리기 연습 같은.

 

생선 냄새 맡기에만 빠져버린 우리씨에게 바다 구경은 무리더군요. 겨울 바다를 나무의자에 앉아 바라보지만 우리씨는 자꾸 품 안으로 파고들 뿐이네요^^

 

2020. 0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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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냥냥이와 엉성이의 새해맞이

 

엉성이는 우리 씨 마음은 알 수가 없어요. 단지 주변에 알려진 여러 이야기와 경험을 통해 알게 된 지식이 전부이죠. 그렇기에 같이 살아가면서 느끼는 당혹스러운 순간을 자주 만납니다.

 

지난해 가장 엉성이 마음을 힘들게 한 것은 우리 씨 긴 털을 미용이라는 이름으로 선택한 털 깎기였어요. 그런 선택을 하기까지 목소리 높이는 일도 있었지만, 냥이와 같이 살게 된 엉성이는 확실하게 판단할 힘이 없었답니다. 

 

과연 털 깎기가 미용일까? 

 

이 의문은 여전하게 남아있습니다. 오전에 가 전신마취를 하고 깨어나 집으로 올 때까지 엉성이는 너무 힘들었던 순간을 기억합니다. 

 

역시나 우리 씨는 온몸을 바들바들 떨며 담요 속으로 숨기만 했으니까요. 창 밖을 바라보며 지나가는 사람 구경하는 일도 그만두었어요. 

 

가장 힘들었던 일은 결국 엉성이가 바라보는 시선입니다. 우리 씨 입장에서 얼마나 황당하고 화가 나고 우울할까. 드러나고 싶지 않은 우리 씨 마음을 알 것 같았습니다. 

 

우리 씨 자존감을 지켜주던 긴 털이 공기를 가르며 우아하게 움직이던 그 순간은 멈춰버렸어요. 엉성이는 약간의 고통과 우울해지는 감정에 미안하기만 합니다.

 

이제 두 달 정도 되니 우리 씨가 잘 움직입니다. 책장을 오르는 일도 자주 일어나고 창 밖을 바라보는 일도 잦아졌어요. 그러는 가운데 새해가 와 버렸네요.

 

엉성이는 그 어떤 좋은 이유로라도 대상의 외모를 일방적으로 바꾸는 일은 부당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엉성이의 편의보다는 우리 씨 건강을 위한 선택이었다 해도 말이죠.

 

2020년 엉성이는 동반자로서 우리 씨와 좋은 삶으로 채워가기를 바라며 다시, 또 하나의 시작입니다. 그대도 소중한 대상과 같이 걸어갈 한 해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2020.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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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일상으로 복귀한 우리 씨

 

아침 일찍 유리창 밖에서 한참을 서 있는 사람과 눈을 마주쳤어요. 가을 국화와 누워 잠든 우리 씨를 보고 출근을 해야 하루가 좋다면서 말을 건네시네요.

 

누군가에게 작은 기쁨이기도 하다니... 가을이면 노란 국화가 유난히 마음을 끕니다. 엉성이는 이맘 때면 트럭에 온갖 꽃 화분을 가득 싣고 오시는 농장주를 오래 기다립니다.


이번에는 온통 국화였어요. 계절에 맞는 꽃을 가지고 지나시더군요. 엉성하게 화분에 옮기는 것을 보더니 손수 모종삽을 달라 하며 분갈이를 하시더군요.

 

엉성이는 식물을 좋아해서 화분을 가까이 두고 사는 편인데 마음과 달리 엉성이에게로 온 식물들이 잘 견디지 못했어요. 이제야 원인이 한 가지는 분명하네요.


식물을 다른 화분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역시나 너무 엉성하게 구멍을 파고 밀어 넣기만 해 식물 뿌리가 잘 뻗어나가지 못한 겁니다. 그러니 물 주는 일을 정기적으로 달력에 표시까지 하는 엉성이에게 무리였던 거지요.

 

바꿔 말하면 엉성이는 엉터리였습니다. 식물에 관한 공부는 하지 않았거든요. 좀 더 치밀하게 탐구해야 하는 건데. 

 

"가을이 오래 지속되면 좋겠어..."


우리 씨가 고통스럽게 보낸 기간이 오늘로 2주입니다. 수술하고 열흘이 지나 실밥도 풀고 우리 씨 예민함도 다소 누그러졌답니다. 훌쩍 점프해 책장 위로 올라가는 것을 보면 역시 일상 복귀입니다.


며칠 전부터 흉터에 송골송골 잔털도 보여 살갗을 감싸주고 있기도 하네요. 그래도 상처 부위가 그루밍으로 덧나지 않게 보호장치를 했답니다.


신기한 것은 우리 씨 행동인데.. 어리광이라 해야 할지 엄청 엉성이를 맴돈다는 거죠. 엉성이는 이런 우리 씨가 좀 부담스럽지만 잠시 털을 만져주다가 슬그머니 내뺍니다.

 

 

우리 씨,  불편해도 참아주어 고마워요^^


엉성이에게 이번 상황은 교훈을 주기도 했는데 동반자 입장을 더 세밀하게 배려해야 한다는 거였어요. 아무래도 인간은 욕심쟁이죠. 무엇이든 인간 중심으로 생각하곤 하니까요.


이 공간을 같이 사용하는데 우리 씨에게 위험한 것이 무엇인지 잘 인지하지 못한 것 같아요. 우리 씨가 알아서 할 것이라 생각한 것도 무리였죠. 이 공간은 냥냥이인 우리 씨에겐 썩 좋은 곳은 아닌 것 같습니다.


우리 씨와 엉성이로 남은 시간 잘 살아내려면 아무래도 더 많은 관심과 배려가 필요한가 봅니다. 엉성이는 우리 씨가 올 때 가장 염려한 일을 엉겁결에 치르기는 했지만 여전히 착잡합니다.

 

과연 엉성이는 잘 해낼 수 있는 걸까요...                                                     2019.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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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우리 씨와 엉성이는 몸과 마음이 아프다

 

 

엉성이는 일상이 일탈처럼 여겨지는 9월을 보냈습니다. 살아온 동안 경험할 수 없었던 일이 서너 개 겹쳐서 일어나면 마음과 몸이 분리되기도 하나 봅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엉성이의 일탈이 삶의 향기를 더하고 있다는 것이었어요. 1주일에 서너 번을 외출하고 돌아오면 우리 씨 목소리가 날카롭게 귀를 자극합니다.


엉성이에게는 결코 긴 시간은 아닌데 우리 씨에겐 아니었나 봅니다. 냥냥이와 엉성이의 삶 주기가 다르다 보니 엉성이는 우리 씨에 대해 부족한 점이 많았던 거죠. 굳이 결과적으로 본다면요.


장항 선셋 페스티벌이 열리는 동안 작은 지역 축제들도 선을 보입니다. 그 축제에 레아(난생처음 드카펫에 선 찔한 그대)는 '다방 영화제'를 기획해 멋지게 축제를 해냈어요.


레아는 영화제를 기획하는 프로그래머들이 모여 동아리 활동을 하고 공식적인 행사를 처음 해냈답니다. 실험 적으로 지난 2월 비공개로 '비닐하우스 뮤직 영화제'를 기획해 지인들의 호응과 기대감 충전의 시간을 보냈고요.


이러저러 엉성이는 여름부터 새로운 도전을 감행했고 과정에서 마주치는 아찔한 순간에서 꿈틀거리는 삶을 배웁니다. 한글날을 앞두고 여름부터 진행된 일이 마무리됩니다.


이렇게 잘 치른 후에는 스스로를 격려하는 일은 엉성이 몫입니다. 처음에는 강원도를 생각하다 제주도까지 가게 되는 화려한 외출로 우리 씨와 잠시, 이별입니다.


제주 함덕해수욕장 근처에 도착해 검은 바다가 보내주는 소리에 스르르 마음이 내려앉아 8 헤르츠가 되더군요. 창을 열어두고 바다에서 들려주는 파도의 울렁임에 느긋하게 누운 엉성이에게 톡이 왔어요.


새벽 2시 가까이 날아온 소식은 우리 씨의 상처 난 몸을 찍은 사진이었답니다. 군산공항을 떠나기 전까지만 해도 엉성이는 발견하지 못한 상처라.. 긴 밤 내 별의별 생각이 다 들더군요.


이런 갑작스러운 사고는 여행자를 방안에 묶어버립니다. 스스로 묶일 예정으로 만든 일탈이지만, 외부 상황으로 만들어질 수는 없던 날이었어요. 그래요, 지인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엉성이는  긴 시간 힘들었겠죠.


바로 아침이 되자 지인의 도움으로 병원으로 달려가 수술을 하고 지금은 잘 회복 중입니다. 외상으로 인해 겨드랑이부터 긴 상처를 꿰맨 자국이 오늘 아침까지 괜찮아 보입니다. 며칠 후에 실밥을 풀러 가야겠죠.

 

"우리 씨,  잘 견뎌내어 줘 고마워요^^"


위험하다고 인식하지 못한 것은 아마도 엉성이 시선일 뿐이겠죠. 우리 씨가 캣 타워로 애용하는 벽 선반 위 책들을 지나 아래로 내려오려면 부엉이 시계를 지나거든요. 엉성이가 좋아하는 흰 부엉이인데..


부엉이 시계에 달린 날카로운 두 개의 바늘 중 하나에 스친 것 같아요. 엉성이가 발견은 했었거든요. 우리 씨 하얀 털이 시계 중심에 돌돌 말려 있기도 했던 것 같아요. 멈춘 시계를 꺼내 건전지만 바꿨네요.


아마 우리 씨가 지나 내려오다 하얀 털이 걸렸나 보네... 엉성이는 역시나 치밀하고 섬세하지 못하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두근거리는 새벽을 지나 무사히 마친 우리 씨 수술 이야기를 듣고서야 바다가 보이더라고요.


화려한 외출이라 이름 지은 엉성이의 일탈처럼 우리 씨도 피 흘리는 일탈을 경험하셨네요. 잠시, 이별 후 아픔은 치유되고 있는데 우리 씨가 보이는 행동은 어째 애착을 넘어 집착이 되는 것만 같아요. 이를 어쩌나...  (2019.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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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나스메 소세키가 생각나는 계절입니다. 그의 작품을 떠올리면 늘 이 계절, 대지를 비추는 가을 햇살과 바람이 제격이거든요. 엉성이가 전 작품을 끌어안고 있는 몇 안 되는 작가 중 으뜸이지요.   

 

가을볕과 대밭, 아무도 손대지 않는 동네 감나무 풍경. 엉성이 가을은 평안해 보입니다. 서너 시간씩 장소를 옮겨 가며 촬영 장소를 따라다니는 것일 뿐인데 허덕거립니다.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이 전에 없이 건강해 보인다면 좋을 텐데 아쉽게도 만나는 사람마다 피곤해 보인다고 인사를 건넵니다. 그래, 지나면 웃음 짓게 하는 일이지만 당장은 힘들었어.


이제 엉성이는 가을 햇살의 풍요를 들먹이며 황금빛 대지에게 보내는 따가운 하늘빛. 빛 고을로 번지는 자연의 경이로움을 구경할 뿐입니다. 그 가운데 엉성이는 자꾸만 기어들어가고 싶어 지는 거죠.


노곤해진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오면 아직도 따가운 햇살에 누운 우리 씨가 포르르 눈을 뜹니다. 이내 소리를 내며 졸졸 따라다니죠. 우리 씨 주변에 딱히 부족할 것이 없는데.. 아는 척해달라는 거였어요.
 

"우리 씨, 잘 지냈어요?"


엉성이는 눈을 맞추며 말을 건네고 그의 몸을 만져봅니다. 더 풍성해진 우리 씨 하얀 털이 코끝을 간지럽힙니다. 우리 씨가 얼굴을 들이밀며 비비대는 것도 익숙해졌어요.  

 

이웃에 사랑이가 있어요. 길냥이가 마음씨가 넉넉한 동반자를 만나 새로 들어왔더군요. 사랑이도 사람 볼 줄 아는 거죠. 길에서 계속 따라와 같이 살자 하고 지내게 되었답니다.


사랑이가 놀러 오면 우리 씨는 깜냥도 안 되는지 높은 곳에 올라 내려다보기만 합니다. 우리 씨는 역시 엉성이 동반자로 딱입니다. 제 밥통에서 마음껏 먹고 우리 씨 보금자리를 차지하고 있어도 지켜만 보네요.     


사랑이를 동반자로 맞은 눈해는 직장에 다니는데 혼자 두고 온 사랑이 걱정으로 CCTV라도 달아야 할까 보다 하더군요. 그런 이야기를 듣자니 엉성이는 어쩐지 너무 태평한 건가 하다가도 절레절레합니다.

 

"나는 태평한 고양이로소이다"


엉성이는 언제든 바깥 일로 나갈 때면 오히려 든든하거든요. 우리 씨가 있어 주어서 내 공간이 뽀얗게 우리 씨 흔적 투성이 되어도 개의치 않아요. 우리 씨는 같이 있어도 따로 지내는데 웬 걱정이래요.


어쩌면 우리 씨 경우만 해당되는 것인지는 모르겠네요. 사랑이 동반자에게 괜한 소리를 했나 싶기도 했어요. 냥이가 말을 못 해서 그렇지... 감시하는 거나 같은데 그건 아니잖아요. 사람들은 안전을 위한 것이라 떠들지만 전 그것을 이용해 감시하는 것은 아닌지 싶거든요. 가능하면 CCTV 따위는 없는 곳에서 지내려고요.


사랑이 깊어서라기 보다는 집착 아닌가 싶네요. 역시나 인간에게 늘 문제가 되기 쉬운 것은 사랑이라는 말로 대체하는 숨겨진 감정들 아닐지요. 냥이는 냥이대로 엉성이는 엉성한 대로 살아가는 거죠 뭐.  (2019.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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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행동파 우리 씨와 엉성이

 

아침 기운이 이미 가을이네요. 엉성이는 꽤 오랜 세월을 단순하게 기억합니다. 겨울은 12월 1일부터, 봄은 3월 1일, 6월 1일이 되면 여름으로 열리고 가을은 9월 1일부터 시작한다고요.


새로운 계절이 열리는 날이 되면 늘 하던 행동이 있었나 봅니다. 지금은 계절 구분이 안 되는 것 같아서 그만두었던지... 잘 기억이 나지 않아요. 아마 두 해정도는 지났지 싶어요.


페미니즘 공부를 시작하고 콘텐츠로 나누는 일도 숫자로 정리하기 만만하지 않은 것을 보니 그럭저럭 행동으로 이어가는 것이기는 합니다. 모성애 코르셋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며 엉성이는 새삼 깨닫네요.

 

엉성이는 대상을 이해한다고 말하지 못한다. 그저 느껴준다고 말하고는 한다. 엉성이는 입으로 말하기를 일상에서 잘 못하는 게 뚜렷하게 있다. 여러 분야에서 엉성이는 탈코르셋이 무의미하다.

 

 아니, 우리 씨에게는 하잖아요?
 한 번도 해보지 않았어요.
 정말요? 사랑한다는 말을 안 한다는 말이에요?
 네.



엉성이는 엄마이기도 합니다. 엄마인 엉성이가 자식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거의 하지 않고 살아왔다는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 엉성이도 깜짝 놀랐다는 거죠.


말이 필요 없는 눈빛으로 대상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환상인지 모릅니다. 어떤 의미에서 엉성이는 대단한 판타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겠죠. 그것은 자기 자신에게만 실현 가능한 것이었구나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스스로를 방어하는 데 사용한 처치법 정도일지도 모르겠다고 엉성이는 생각하네요. 그러면서 눈빛으로 건네는 우리 씨 시선에 응답합니다.

 

 

그래그래, 우리 씨. 말을 안 하고도 대상을 알아차린다는 것은 특히 사랑하는 마음에 있어서는 무리였나 봐. 우리 씨처럼 민감하게 반응하는 게 사람에게는 힘든 일일지도 모르겠어.


냥냥이 우리 씨와 엉성이는 그래서 서로 불편하지 않은가 봅니다. 셋째 애인 덕분에 다행스럽게도 너무 늦지 않게 우리 씨와 같이 지내게 되어 고맙습니다.

 

이제는 말하는 연습을 해야겠어요. 가수 팀의 '사랑합니다'만 노래방에서 불러대면 누가 알겠어요..후훗.

 

엉성이 셋째 애인,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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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닮은꼴 냥냥이와 엉성이

 

냥이는 며칠을 단식하듯 음식을 지나칩니다. 누가 이기나 보자. 배고프면 먹겠지 뭐. 새롭게 장만한 통조림을 따 밥그릇에 놓아둡니다.스윽. 코를 들이대더니 그냥 지나칩니다.

 

슬쩍. 엉성이는 곁눈질로 바라봅니다.우리 씨는 창 밖 한산한 거리를 바라보며 앉아있네요.우리 씨 건식 사료 주는 일도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엉성이는 조금 걱정을 하고요.

 

제발 이 음식 좀 치워 줘.안 먹는 게 왜 그렇게 많아?그것도 닮았습니다.몸에 좋다는 음식은 거부해.이것도 닮았습니다.
냥이에게 습식 사료를 주는 것은 수분 섭취를 포함한 선택이기도 하다네요. 사람에게도 양질의 음식이 좋다는 것은 뭐 하나마나한 말이긴 합니다만.


동반자 우리 씨가 아프게 되면 엉성이는 감당할 수 있을까... 이 문제가 가장 큰 고민 중 하나였거든요. 그래서 평소 좋은 음식을 제공하는 게 나을 것이라 생각하죠.


우리 씨는 뜻밖에 까다롭네요. 여기저기서 알게 된 정보를 이용해 장만한 음식 중 절반은 우리 씨에게 퇴짜를 맞아요. 애를 먹이다 결국 엉성이가 두 손을 듭니다.


알았어. 우리 씨, 싫은 것은 먹지 마.덕분에 주위에 냥이 씨와 음식을 나눕니다.   


우리 씨를 지켜보며 엉성이는 자신의 생활을 돌아봅니다. 안 먹고 못 먹는 게 많은 엉성이처럼 우리 씨도 닮은꼴이었구나. 엉성이는 평소 몸에 좋다는 음식을 대신할 영양소는 마음에 달린 것이라 생각합니다.


자신이 먹고 싶은 것을 먹을 때 몸도 편안해진다는 것을 터득한 편이거든요. 모닝커피로 하루를 열면서 몸이 깨어나는 느낌으로 지금까지 지내왔거든요.


하루 석 잔이면 괜찮다는 커피를 물 먹듯 섭취하는 엉성이가 자주 듣던 말을 이제 우리 씨에게 해대네요. 엉성이는 새우버거를 좋아해요. 생각해보니 대체로 정크 음식류에 속하기는 합니다.


아직 아이 시절 입맛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거지.웃으면서 우회적으로 보내는 가족의 눈빛이 떠오릅니다. 그런가요? 패스트푸드를 좋아하면 어른은 아닌 건가?

 

웃자고 하는 이야기라는 것을 알면서도 스테이크를 못 먹는 엉성이는 할 말을 잃어요.우리 씨에게 강요라는 말은 통하지도 않지만 쳐다보고 지나치며 새침해지는 우리 씨를 인정은 해야겠더군요.

 

우리 씨가 지쳐 엉성이를 바라보네요. 알겠어. 좋아하는 것만 드셔^^


아침 바람이 다르게 불어오네요. 기온은 높아지는데 바람은 다르게 말하면서 가을을 재촉하는 것만 같아요. 어디선가 귀뚤이 이야기도 가까이 들려옵니다.


엉성이는 우리 씨에게서 잊었던 기억을 찾습니다. 몸 건강은 마음 건강에서 온다는 것을. 냥냥이 우리 씨와 엉성이의 동반 생활은 편안하게 지나는 중이니 그것이면 충분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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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우리 씨 여름 나기  

 

엉성이의 외출이 잦은 여름날, 우리 씨는 어떻게 지냈을까요. 텅 빈 공간이 궁금하긴 합니다. 엉성이처럼 우리 씨도 독립적인 공간을 선호하기에 어쩌면 홀로 남음을 즐기는지도 모르죠.


새로운 일을 시도하면서 설레는 일이 좋아요. 같은 공간에서 활동하는 사람들과 짧은 거리를 두고 마주하는 일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거든요. 특히 협업을 통해 이루어내는 일이기에 재미있어요.


마치 엉성이는 다른 세계로 이동한 듯 착각을 해요. 그동안 같이 한 사람들과는 너무도 다르거든요. 요즘 엉성이는 다큐멘터리 제작하는 일에 빠져 있답니다. 지금까지는 기획 단계라서 그런지 놀러 가는 느낌이지만요.


폭염을 들먹거리는 여름 나기를 준비하기로 했어요. 긴 털 소유자인 우리 씨는 여름 털이 새로 나는 시기라 함께 있는 이 공간은 공기처럼 우리 씨 하얀 털이 자유롭게 춤을 춥니다.    

 

                     『고양이를 사랑한다면 알아야 할 것들』 난리 히데코

 

 

제5교시 고양이의 건강을 배운다     

동물 병원 가기 전에 할 수 있는 일 ∥ 검사 결과가 완벽한 건 아니다 ∥ 동물 병원의 종류와 차이 ∥ 동물 병원 선택의 5가지 기준 ∥ 고양이, 보호자, 수의사의 협력이 중요하다 ∥ 고양이 건강 판단법 ∥ 서양의학 이외의 치료법도 있다 ∥ 고양이 보살피기 ∥ 고양이와 함께하는 재난 방지 대책 ∥ 무심코 밖으로 나가버린 고양이 찾는 법 ∥ 고양이와 함께 이사하기 ∥ 귀여운 고양이에게는 집을 맡기자       


아침이면 털 손질을 부탁하는 우리 씨 눈빛을 알아차린 엉성이는 브러시를 사용해 털을 풀어줍니다. 한 번이던 털 손질이 언제부터인지 셀 수 없이 늘어만 갔어요. 가끔 엉킨 털을 고양이 가위로 정리했죠.


아마도 우리 씨가 그루밍으로 감당하기 어려웠던지 배와 가슴 부분 털이 뭉쳐서 걱정이 되더군요. 가위로 잘라 내기가 너무 어렵게 뱃가죽과 너무 가까워 고민을 합니다.


지난해 여름은 더위로 대단했죠. 별생각 없이 동물병원으로 가서 우리 씨 털을 맡겼어요. 그런데 전신마취 후 털을 깎는 겁니다. 그 후는 우리 씨 바라보기가 너무 안쓰럽고 미안했던 기억이 있거든요.

 

동물병원으로 데려가는 것은 못할 짓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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