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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닮은꼴 냥냥이와 엉성이

 

냥이는 며칠을 단식하듯 음식을 지나칩니다. 누가 이기나 보자. 배고프면 먹겠지 뭐. 새롭게 장만한 통조림을 따 밥그릇에 놓아둡니다.스윽. 코를 들이대더니 그냥 지나칩니다.

 

슬쩍. 엉성이는 곁눈질로 바라봅니다.우리 씨는 창 밖 한산한 거리를 바라보며 앉아있네요.우리 씨 건식 사료 주는 일도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엉성이는 조금 걱정을 하고요.

 

제발 이 음식 좀 치워 줘.안 먹는 게 왜 그렇게 많아?그것도 닮았습니다.몸에 좋다는 음식은 거부해.이것도 닮았습니다.
냥이에게 습식 사료를 주는 것은 수분 섭취를 포함한 선택이기도 하다네요. 사람에게도 양질의 음식이 좋다는 것은 뭐 하나마나한 말이긴 합니다만.


동반자 우리 씨가 아프게 되면 엉성이는 감당할 수 있을까... 이 문제가 가장 큰 고민 중 하나였거든요. 그래서 평소 좋은 음식을 제공하는 게 나을 것이라 생각하죠.


우리 씨는 뜻밖에 까다롭네요. 여기저기서 알게 된 정보를 이용해 장만한 음식 중 절반은 우리 씨에게 퇴짜를 맞아요. 애를 먹이다 결국 엉성이가 두 손을 듭니다.


알았어. 우리 씨, 싫은 것은 먹지 마.덕분에 주위에 냥이 씨와 음식을 나눕니다.   


우리 씨를 지켜보며 엉성이는 자신의 생활을 돌아봅니다. 안 먹고 못 먹는 게 많은 엉성이처럼 우리 씨도 닮은꼴이었구나. 엉성이는 평소 몸에 좋다는 음식을 대신할 영양소는 마음에 달린 것이라 생각합니다.


자신이 먹고 싶은 것을 먹을 때 몸도 편안해진다는 것을 터득한 편이거든요. 모닝커피로 하루를 열면서 몸이 깨어나는 느낌으로 지금까지 지내왔거든요.


하루 석 잔이면 괜찮다는 커피를 물 먹듯 섭취하는 엉성이가 자주 듣던 말을 이제 우리 씨에게 해대네요. 엉성이는 새우버거를 좋아해요. 생각해보니 대체로 정크 음식류에 속하기는 합니다.


아직 아이 시절 입맛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거지.웃으면서 우회적으로 보내는 가족의 눈빛이 떠오릅니다. 그런가요? 패스트푸드를 좋아하면 어른은 아닌 건가?

 

웃자고 하는 이야기라는 것을 알면서도 스테이크를 못 먹는 엉성이는 할 말을 잃어요.우리 씨에게 강요라는 말은 통하지도 않지만 쳐다보고 지나치며 새침해지는 우리 씨를 인정은 해야겠더군요.

 

우리 씨가 지쳐 엉성이를 바라보네요. 알겠어. 좋아하는 것만 드셔^^


아침 바람이 다르게 불어오네요. 기온은 높아지는데 바람은 다르게 말하면서 가을을 재촉하는 것만 같아요. 어디선가 귀뚤이 이야기도 가까이 들려옵니다.


엉성이는 우리 씨에게서 잊었던 기억을 찾습니다. 몸 건강은 마음 건강에서 온다는 것을. 냥냥이 우리 씨와 엉성이의 동반 생활은 편안하게 지나는 중이니 그것이면 충분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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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보랏빛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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