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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박사, 위인·인물전에 실린 유일한 기업가를

아시나요?


국민TV라디오방송의 <밀실에서 광장으로>에서 오늘 영훈국제중학교에 부정 입학을 한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의 아들이, 사실이 밝혀지자 결국 자퇴를 했다는 뉴스를 들으며 떠오른 인물은 유일한 박사였다. 아이들과 책이야기를 하며 수다를 떨 때면 거론되는, 내게는 무척 익숙한 인물이다. 유일한 박사는 조국의 근간을 세운 기업가이자, 행동하는 독립운동가, 그리고 민족의 미래를 제시한 교육가이기도 하다.


그 이름도 유명한 삼성그룹이다. 삼성전자 부사장 이재용의 아들이 ‘비경제적 사회적 배려대상자 입학 전형’으로 합격했다는데, 순간 나에겐 ‘비경제적’이 아니라 ‘비경쟁적’으로 보여서 흠칫했다. ‘비경쟁적’이면 성적조작 없이도 1순위였을 것이기에 다시 기사를 보며 확인해 보니 잘못 읽었다는 것을 알고 혼자 웃고 말았다. 우리 사회에 일그러진 모습들이 거의 모든 분야에 만연되어 있다는 것에 새삼스러울 것은 없지만 말이다.


“기업에서 얻은 이익은 그 기업을 키워 준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

“기업의 소유주는 사회이고 단지 그 관리를 개인이 할 뿐이다.”

“건강한 국민만이 잃어버린 주권을 되찾을 수 있다.”

위에 적힌 글들은 인간 존중을 사업의 기본철학으로 가지고 자신의 신념을 기업윤리로 사회적 책임을 다한 유일한 박사의 명언이다.


이 땅의 아이들은 사회적 책임을 다 하고 이 나라에 기업의 윤리를 철저하게 보여주고 자신의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 기업가 유일한을 잘 모른다.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다른 책들보다 강제적으로라도 읽히려고 하는 책들이 위인·인물전 시리즈일 것이다. 왜 그런가? 내 아이가 장차 훌륭한 인물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이다. 우리 사회가 그렇게 꼼짝 못하고 생활 속에서 만나는 ‘삼성그룹’의 설립자 이병철의 이름은 결코 이 시리즈에 등장하지 못한다.


대학 진학 시 인문계열로 진로를 잡고 학과를 선택할 때 가장 많은 학생이 지원하는 곳이 경영학과이다. 그만큼 우리 사회는 경제지상주의에 매몰되어 온 지 정부수립부터 65년이다. 초등학교부터 시작된 학습의 연장에서 넘치는 경영학도들의 활약이 진행되고 있는 현재까지 경영 철학이나 기업가 정신에 대해서는 얼마나 무심했던가를 생각해 봐야 한다. 돈만 잘 버는 경영자의 모습이 이 사회에 얼마나 부정적인 영향을 끼쳐 왔던가는 논하지 않는다.


유일한 박사의 가르침은 고스란히 자녀들에게 물려졌다. 아버지를 이어 기업을 이어받은 장녀 유재라 또한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함으로써 유일한 박사의 뜻을 이어갔다. 그리고 또 하나 유일한 박사의 이념이 이어지고 있는 곳, 바로 유한양행이다. 최근에 정년연장제로 노동계와 재야가 정년연장에 따른 임금조정을 둘러싸고 논란 중이다. 허나 이미 ‘유한킴벌리식 뉴패러다임’은 사회적 책임을 다 하고 있는 유일한 박사의 기업가 정신을 보여주고 있다.


유일한 박사의 유품은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물품 몇 가지와 양복 세 벌, 그리고 구두 두 켤레가 전부였고 나머지는 모두 사회에 환원했다고 한다. 이쯤에서 뉴스타파가 ICIJ와 ‘조세피난처 프로젝트’를 공동 취재한 결과로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한국인들의 명단 발표도 생각해 본다. 우리 사회에서 실종된 기업의 윤리의식과 사회적 책임을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기는 하다. 이번 영훈국제중학의 부정 입학은 빙산의 일각에도 못낀다.


김용철 변호사가 양심고백을 하면서 우여곡절 끝에 펴낸 <삼성을 생각한다/사회평론 펴냄>에서 사제를 찾아가 행한 고해성사 이야기가 옛날이야기처럼 되어져 버린 우리의 현실도 생각해본다. 김용철 변호사를 보호하던 정의구현사제단은 기자회견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삼성공화국을 만든 것은 언론과 지식인, 모든 국민이 공범이다.” 5년 전의 이 말은 흔적도 없지만 난 그 공범들이 다시 힘을 합하면 괴물을 물리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빠져 있다.


건강한 사회는 어느 한 사람의 의지로 만들어 지는 것은 아니었다. 오랜 시간 정경유착으로 나타나는 일들을 그저 멀거니 바라본 대한민국은 이제 달라져야만 할 때이다. 모든 세대들을 넘나들어 자기각성이 필요하다. 사회 문제가 나의 문제라는 의식의 전환은 필수이다. 사회적 성찰 없이는 불가능하며 적극적인 실천을 함께 해야만 한다. 그 시작이 나는 의식있는 지식인들과 사회적 약자들의 공범이 되어 줄 미디어협동조합, 국민TV방송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나의 이 수고는 순전히 개인적인 만족감에서 시작되었지만 내가 지닌 특유의 낙관주의는 분명 나비효과를 불러 일으킬 것이라 믿고 있다. ‘선한 싸움’이란 꿈의 이름으로 행하는 싸움이며, 꿈을 불가능하게 하는 것은 오직 하나, 즉,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고, 나의 선의가 공공의 선으로 물들일 것이라는 희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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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보랏빛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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