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엉성이는 동반자입니다.
고양이는 키우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사는 것이다!
엉성이는 이 문장이 마음에 들었어요. 대부분 고양이와 같이 사는 사람이 자처해서 '집사'라는 말을 하더군요. 저는 정말이지 집사가 될 생각은 1도 없거든요. 엉성이는 혼자 누리는 자유로움을 결코 버릴 생각이 없는 사람입니다. 그러던 차에 캣 시터에게서 배운 가장 멋진 말이 마음에 닿습니다.
고양이는 고양이, 사람은 사람으로서 고양이를 있는 그대로 순수하게 받아들이는 넓은 아량이 필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두 마리 고양이가 좋다는데... 이건 허용하기 어렵더군요. 그래서 균형을 잡으려고 합니다. 우리 씨는 냥냥이, 나는 엉성이. 아량을 베풀기로 하는 거죠.
엉성이는 좋아 좋아 이 정도는 함께 나누자고 말해 줍니다. 우리 씨 낮잠을 방해하기는 싫어 지켜보니 늘 곰경이를 찾더라고요^^
디쉬 스크레쳐를 장만해 주었는데 아주 가끔 사용하긴 해도, 주로 엉성이 공간에서 자연스레 캣 타워가 된 책장 위를 이용해요. 서울 집서 누리던 캣 타워는 덩치가 너무 커서 가져오지 않았거든요.
그래 그래, 그것마저도 허용해 줄게. 우리 씨가 행복하다면.
우리 씨가 마음에 들어하는 곳이니 어쩌겠어요. 뭐, 어차피 그 위야 엉성이에게는 별 상관도 없는 먼지가 쌓이는 장소인 것을요. 냥냥이 선택을 존중해 주는 것으로 같이 살아가는 거죠. 엉성이는 정말 살아가는 게 엉성하거든요. 하하하.
그러면 우리 씨는 엉성이를 존중해주는 걸까요? 자기 요구만 울음으로 몸짓으로 드러내니 속 마음은 모르겠어요. 그래도 캣 시터 이야기로 약간 수긍하게 됩니다. 알아듣지도 못하는 아가 시절, 책을 읽어 주고 혼자 말을 걸던 육아기를 생각하면 그렇긴 할 겁니다.
평소에도 엉성이는 인형들과 수다를 떨어왔으니 우리 씨와 수다 떨기는 눈이라도 맞출 기회가 많아서 좋아요^^우리 씨는 자기 취향을 확실하게 알려줘요. 다른 곳에 흔적을 남기지 않거든요. 하기는 엉성이네 공간은 벽을 접하기는 좀 어려워요. 사방이 책장 벽이라.
아침부터 시간이 넘치네요. 우리 씨가 새로운 입맛을 누린 듯해요. 어제부터 건넨 '증기로 찐 참치 뱃살'을 두 번째 준 오늘 행복해 보이네요. 그럼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