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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자'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20.06.24 냥냥이가 저항하다
  2. 2020.05.18 냥냥이도 같아요 2
  3. 2020.05.18 냥냥이는 느긋해요
  4. 2019.06.15 나, 집사 안 해요

7. 우리 씨 고마워요.7. 우리 씨 고마워요.

07화. 우리씨 고마워요.

여기는 바람 소리가 가득한 토요일입니다. 바다가 가까이 있는 곳이라서 가끔 바람 소리가 바깥을 실감 나게 해요. 엉성이와 우리 씨는 바람 소리와 한산한 거리를 바라보며 그루밍 하지요. 긴 털을 가진 우리 씨는 제 손이 닿지 않는  엉성이 몫으로 남겨 두죠. 빗질을 자주 하길 원하는 것 같아요. 엄청 행복해 보이거든요.


고양이 건강 챙기기는 사람과 별로 다르지 않더군요. 냥이와 같이 살아가는 일은 아기를 낳으려는 마음과 같은 무게감을 가지셔야 할 것 같습니다. 결코 쉽게 결정할 일은 아니라는 거죠.
그동안 우리 씨를 챙기던 물품 중 일부를 모아봤어요.

 


서울 집에서 셋째 애인이 담당하던 것이라는데 엉성이는 영 다루기가 어려운 겁니다. 그래서 우리 씨 입 안 건강은 이렇게 바꾸었어요.
짠*~ 

설명서에 따르면 물 265/ 티스푼 1이랍니다.



이렇게 칫솔 대신 물에 타서 도와주는 방법을 어제 시도했는데.. 꼬박 하루 동안 물을 먹지 않더라고요. 물 맛이 달라져서 거부하는 냥이가 많다고 하길래 요. 기다리는 일은 역시나 힘들죠. 괜한 걱정도 하고요. 하지만 엉성이는 우리 씨가 필요하면 마실 것이라 생각했죠.


배고프지 않은 아이에게 억지로 때가 되었다고 들이대던 엄마 경험, 기억할 겁니다. 배고프면 다들 알아서 찾아 먹잖아요^^ 다행스럽게 하루에 끝내준 우리 씨가 고맙네요.

 


우리 씨도 역시나*~

하루 지나니 버티던 우리 씨가 목을 축이시네요.


아참, 물과 식사를 분리해서 두는 게 좋다는 캣 시터 말을 따라 물그릇은 두 군데 놓아두었어요. 우리 씨 식사 그릇을 교환하게 된 것도 배웠고요. 그저 거실 바닥에 놓아 밀착되는 그릇이었거든요.


사람으로 생각하자는 말인데 방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먹는 식사는 힘들잖아요. 냥냥이도 마찬가지로 적당한 높이의 그릇이 좋대요. 전에 쓰던 그릇은 높이가 비슷한 빈 화분에 걸쳐두고 간식을 건넬 때 사용합니다.


전에 두던 습관 때문인지 우리 씨는 물그릇과 밥그릇을 나란히 두는 게 좋은 가 봅니다. 밥그릇 하나는 또 다른 물그릇과 나란히 두었어요. 간식 담는 그릇은 다른 장소에 두었고요.


우리 씨랑 같이 살기는 엉성이가 누리는 게으름을 조금 벗어나는 일이기도 합니다. 청소도 더 자주 해야 하고 특히 떨어뜨려 깨질 위험이 있는 물건을 잘 치우거나 우리 씨 관심 밖 공간으로 두어야 하죠. 이미 일 저지르기를 한 우리 씨를 탓할 수도 없잖아요.


식탁 위에 둔 머그컵에는 왜 그리도 관심을 주시는지 몇 번을 밀쳐버려 깨 먹었거든요. 저건 안심이다 싶은 것도 어느 날 밤을 지나면 바닥에 굴러 떨어져 나뒹굴거든요. 아, 엉성이가 아끼던 오르골 상자를 박살 내더니 제법 멋스럽게 장식한 전등을 무참히 일그러지게 만들었죠.


최근에는 요렇게... 까지 우리 씨 호기심은 흔적을 남겨요.

 

어떻게 된 일인지 이모양으로 바닥에 나동그라져 있는 겁니다.


오늘도 우리 씨는 끄떡없네요. 비린내가 진동하는 증기로 찐 고등어를 맛있게 먹고는 바람 소리와 따뜻하게 비추는 볕을 쬐고 지그시 눈을 감고 있어요. 우리 씨도 엉성이도 나른해지는 순간이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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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보랏빛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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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우리 씨 일생

 

엉성이는 생애를 세 단계로 나누어 진행 중입니다. 냥냥이도 세 단계로 나뉜다고 하네요. 요즘 고양이의 평균 수명은 15년 정도랍니다. 캣 시터인 난리 히데코는 2009년 '고양이 학교'라는 강좌를 열어 7년 동안 500명의 학생이 고양이 학교에 다녀갔다고 해요.


'고양이 학교'에서 고양이는 '기르는 존재'가 아니라 '함께 사는 존재'라는 거죠. 책의 프롤로그에서 히데코가 건넨 말입니다. 엉성이가 캣 시터의 지혜에 의문을 품지 않는 것은 '엄마'라는 경험 때문입니다. 그 어떤 지식으로 대체할 수 없는 육아 중 배우게 된 축적된 순간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죠.
  

                                          난리 히데코 <고양이를 사랑한다면 알아야 할 것들>


고양이 생후 2세까지를 자묘기, 3세부터 12세 정도까지를 성묘기, 그 이후를 노령 묘기로 나눈다고 하네요. 우리 씨는 2년 6개월 되었으니 아직은 자묘기에 해당됩니다. 그래서일까요? 꾹꾹이부터 사람을 무척 따르거든요. 처음 들리는 방문객에게도 경계심을 보이지 않고 그 주변에 앉아 눈을 동그랗게 하고 바라보거든요.


사람도 유아기를 거쳐 아동기에는 낯가림과 의존하기가 두드러지잖아요. 냥냥이 우리 씨는 누군가 있다면 무척 독립적인 존재입니다. 하지만 공간에 혼자 남게 된 경우가 하룻밤을 지나가면 스트레스를 받던 걸요. 식사와 물 등 제법 잘 준비하고 다녀온 1박 2일 서울 나들이 후 배운 겁니다.


누군가가 들여다 봐 주기를 부탁하지 않고는 긴 외출과 여행은 고민이 된다는 것이죠. 책장에 책들이 떨어져 있고, 여기저기 토해 놓은 흔적과 울음소리부터 알 것 같았어요. 엉성이는 꽤 오래 진정할 수 있도록 마음 썼던 짠한 기억이 있어요. 드디어 엉성이가 마음껏 누리던 자유를 어느 정도 반납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엉성이가 가장 먼저 인식한 것은 건강한 우리 씨가 되도록 평소에 관심 주기입니다. 같이 살아가기로 했으니 잘 먹고 잘 자기로 시작해서 소소한 건강 챙기기를 합니다. 엉성이는 어느새 침대 곁에 누운 우리 씨로 놀라지 않습니다. 발 밑에 잠든 우리 씨를 처음 알게 된 그 순간이 떠오릅니다.


물컹. 소스라치게 놀라 일어나는 겁니다. 숙면하기가 나무토막이라 할 정도로 무딘 엉성이에게는 엄청난 일이었죠. 이제 엉성이는 슬그머니 옆에 와 누운 우리 씨를 내치지 않아요. 두 다리를 슬쩍 옮겨 엉성이는 불편을 받아들이기로 했거든요. 가끔은 아침이 쪼그라든 것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어구 허리 아프다는.

                                                        새로 시작한 아침 식사


오늘 아침도 허리를 주욱 펴고 먼저 일어나 엉성이가 깨어나기를 기다리는 우리 씨를 위해 새로운 식사를 건넸어요. 이런. 너무 만족하게 싹싹 그릇을 비우시네요. 쩝. 나도 아침을 먹어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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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보랏빛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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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슬로 라이프 & 슬로 무비

 

느긋하고 심심한 삶. 엉성이에게는 5년 전부터 스르르 하루가 열리는 순간이 왔어요. 세월이 흐를수록 심심하기 시작하더니 일하는 시간보다 노는 시간이 더 넘치네요. 엉성이가 심심해지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그러잖아도 느긋한 마음이 한껏 늘어져버립니다.

 

아직 우리 씨만큼은 아니니까 냥냥이 팔자는 못돼요. 우리 씨는 깨어있는 시간보다 느긋한 잠을 더 많이 즐기더군요. 대체로 식사 후면 한 바퀴 돌아보고 운동도 하시고 이내 안락하다 느껴지는 우리 씨 공간에 번갈아가며 눈을 감습니다. 우리 씨도 꿈을 꿀 까요? 궁금해지네요.

 

고양이를 무서워하던 엉성이는 고양이를 일본 영화에서 자주 만났어요. 그러면서 일본에서는 고양이가 정말 많다는 것을 발견하죠. 궁금했어요. 책도 찾아보고 이리저리 뒤적여도 봤는데 이거다 하는 사실을 발견해내지는 못했답니다. 다만 최근에 최은성 감독의 다큐멘터리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보면서 잠정적으로 이유를 찾아내긴 했답니다. 이 다큐 이야기는 다음에 다시 나눌 수 있을 것 같아요.

 

                                           2017년 개봉한 최은성 감독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나스메 소세키의 책과 같은 제목을 달았다는 게 정말 마음에 들더군요. 얼마나 우아한 고양이였던가..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이 올곧았어요. 아무튼 길에서 살아가는 냥냥이 마음을 헤아려 보려는 사람이 한국에도 많이 늘어나고 있으니 다행스럽죠. 길냥이들은 사람을 보면 도망가는 경우가 많아요. 어두운 밤 쓰레기를 모아 놓은 곳에 가면 동네 길냥이는 다 모여 있어요. 

 

일본에는 길고양이들에게 다정하게 대해주기 때문에 별 위협을 느끼지 않는 고양이가 사람과 공존하는 건가 하고 말이죠. 한국영화에서 고양이가 등장하는 경우는 좀 드물잖아요. 일본 영화에는 자연스레 고양이가 고양이로 거리와 일상에 스며들어 있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   

 

슬로 무비를 좋아하다 보니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 영화는 다 보게 된 것 같습니다. 마당이 있는 집에서 냥냥이는 무척 행복해 보입니다. 우리 씨가 산책 냥이라고 해서 엉성이는 서너 번 같이 길로 나가기도 했는데 아무래도 산책이 불안과 걱정을 준다면 안 하는 것이 낫지 않나 생각했어요. 

 

엉성이네 주변은 아스팔트로 포장된 길로 이어지는 시내에 있기에 긴장과 걱정 때문에 우리 씨처럼 즐겁지 않거든요. 집에서 같이 살아가니 이번에는 우리 씨가 엉성이에게 아량을 베푸는 것으로 산책은 타협을 보았어요. 엉성이와 우리 씨 둘 다 좋은 것으로.  다행스럽게도 우리 씨는 유리 벽 바깥 구경으로 만족하시네요^^

 

                                                 오늘 아침 우리 씨를 부르니 엉성이를 봐주시네요. 찰칵^^

 

동물권 이야기가 한국 사회에 등장하기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최근에는 동물사랑 실천협회 대표 이야기로 보살핌과 생명권이 충돌하며 내는 이야기로 엉성이도 고민이 깊었습니다. 엉성이가 가장 걱정한 부분이 우리 씨가 아프거나 엉성이가 아프면 도대체 감당을 할 수 있을까?

 

엉성이가 늘 떠들던 말이 생각과 충돌하는 거죠. 오지 않은 미래에 두려움은 에너지를 소진시켜 버린다. 그러니 지금 잘 살아내자. 뭐, 그런 이야기인데요. 카르페 디 엠. 현재가 곧 선물이란 말을 생각하기도 하고요. 그러니 이제 엉성이에게 우리 씨는 더없이 좋은 동반자라는 것으로 가닥을 잡고 있어요. 

 

그래 그래, 우리 씨랑 엉성이랑 같이 잘 살아냅시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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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엉성이는 동반자입니다.

 

고양이는 키우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사는 것이다!

엉성이는 이 문장이 마음에 들었어요. 대부분 고양이와 같이 사는 사람이 자처해서 '집사'라는 말을 하더군요. 저는 정말이지 집사가 될 생각은 1도 없거든요. 엉성이는 혼자 누리는 자유로움을 결코 버릴 생각이 없는 사람입니다. 그러던 차에 캣 시터에게서 배운 가장 멋진 말이 마음에 닿습니다.

고양이는 고양이, 사람은 사람으로서 고양이를 있는 그대로 순수하게 받아들이는 넓은 아량이 필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두 마리 고양이가 좋다는데... 이건 허용하기 어렵더군요. 그래서 균형을 잡으려고 합니다. 우리 씨는 냥냥이, 나는 엉성이. 아량을 베풀기로 하는 거죠.

 

엉성이를 지켜주는 '곰경'이 한쪽 다리가 꾹꾹이로 흐물흐물해요..

 


엉성이는 좋아 좋아 이 정도는 함께 나누자고 말해 줍니다. 우리 씨 낮잠을 방해하기는 싫어 지켜보니 늘 곰경이를 찾더라고요^^


디쉬 스크레쳐를 장만해 주었는데 아주 가끔 사용하긴 해도, 주로 엉성이 공간에서 자연스레 캣 타워가 된 책장 위를 이용해요. 서울 집서 누리던 캣 타워는 덩치가 너무 커서 가져오지 않았거든요.


그래 그래, 그것마저도 허용해 줄게. 우리 씨가 행복하다면.

 


우리 씨가 마음에 들어하는 곳이니 어쩌겠어요. 뭐, 어차피 그 위야 엉성이에게는 별 상관도 없는 먼지가 쌓이는 장소인 것을요. 냥냥이 선택을 존중해 주는 것으로 같이 살아가는 거죠. 엉성이는 정말 살아가는 게 엉성하거든요. 하하하.
그러면 우리 씨는 엉성이를 존중해주는 걸까요? 자기 요구만 울음으로 몸짓으로 드러내니 속 마음은 모르겠어요. 그래도 캣 시터 이야기로 약간 수긍하게 됩니다. 알아듣지도 못하는 아가 시절, 책을 읽어 주고 혼자 말을 걸던 육아기를 생각하면 그렇긴 할 겁니다.


평소에도 엉성이는 인형들과 수다를 떨어왔으니 우리 씨와 수다 떨기는 눈이라도 맞출 기회가 많아서 좋아요^^우리 씨는 자기 취향을 확실하게 알려줘요. 다른 곳에 흔적을 남기지 않거든요. 하기는 엉성이네 공간은 벽을 접하기는 좀 어려워요. 사방이 책장 벽이라.

 

아침부터 시간이 넘치네요. 우리 씨가 새로운 입맛을 누린 듯해요. 어제부터 건넨  '증기로 찐 참치 뱃살'을 두 번째 준 오늘 행복해 보이네요. 그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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