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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 고양이'에 해당되는 글 12건

  1. 2020.06.24 조금 나아졌어요
  2. 2020.06.24 가을 국화 향기에 웃다
  3. 2020.06.24 잠시, 이별 후 아픔.
  4. 2020.06.24 가을 햇살에 눕다
  5. 2020.06.24 냥이도 편식쟁이
  6. 2020.06.24 미꾸라지 냥이
  7. 2020.06.24 우리 씨, 같이 기운 내요
  8. 2020.06.24 오해와 이해
  9. 2020.06.24 '지금 이 순간'
  10. 2020.06.24 떡볶이와 우리 씨

19. 냥냥이와 엉성이의 새해맞이

 

엉성이는 우리 씨 마음은 알 수가 없어요. 단지 주변에 알려진 여러 이야기와 경험을 통해 알게 된 지식이 전부이죠. 그렇기에 같이 살아가면서 느끼는 당혹스러운 순간을 자주 만납니다.

 

지난해 가장 엉성이 마음을 힘들게 한 것은 우리 씨 긴 털을 미용이라는 이름으로 선택한 털 깎기였어요. 그런 선택을 하기까지 목소리 높이는 일도 있었지만, 냥이와 같이 살게 된 엉성이는 확실하게 판단할 힘이 없었답니다. 

 

과연 털 깎기가 미용일까? 

 

이 의문은 여전하게 남아있습니다. 오전에 가 전신마취를 하고 깨어나 집으로 올 때까지 엉성이는 너무 힘들었던 순간을 기억합니다. 

 

역시나 우리 씨는 온몸을 바들바들 떨며 담요 속으로 숨기만 했으니까요. 창 밖을 바라보며 지나가는 사람 구경하는 일도 그만두었어요. 

 

가장 힘들었던 일은 결국 엉성이가 바라보는 시선입니다. 우리 씨 입장에서 얼마나 황당하고 화가 나고 우울할까. 드러나고 싶지 않은 우리 씨 마음을 알 것 같았습니다. 

 

우리 씨 자존감을 지켜주던 긴 털이 공기를 가르며 우아하게 움직이던 그 순간은 멈춰버렸어요. 엉성이는 약간의 고통과 우울해지는 감정에 미안하기만 합니다.

 

이제 두 달 정도 되니 우리 씨가 잘 움직입니다. 책장을 오르는 일도 자주 일어나고 창 밖을 바라보는 일도 잦아졌어요. 그러는 가운데 새해가 와 버렸네요.

 

엉성이는 그 어떤 좋은 이유로라도 대상의 외모를 일방적으로 바꾸는 일은 부당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엉성이의 편의보다는 우리 씨 건강을 위한 선택이었다 해도 말이죠.

 

2020년 엉성이는 동반자로서 우리 씨와 좋은 삶으로 채워가기를 바라며 다시, 또 하나의 시작입니다. 그대도 소중한 대상과 같이 걸어갈 한 해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2020.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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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일상으로 복귀한 우리 씨

 

아침 일찍 유리창 밖에서 한참을 서 있는 사람과 눈을 마주쳤어요. 가을 국화와 누워 잠든 우리 씨를 보고 출근을 해야 하루가 좋다면서 말을 건네시네요.

 

누군가에게 작은 기쁨이기도 하다니... 가을이면 노란 국화가 유난히 마음을 끕니다. 엉성이는 이맘 때면 트럭에 온갖 꽃 화분을 가득 싣고 오시는 농장주를 오래 기다립니다.


이번에는 온통 국화였어요. 계절에 맞는 꽃을 가지고 지나시더군요. 엉성하게 화분에 옮기는 것을 보더니 손수 모종삽을 달라 하며 분갈이를 하시더군요.

 

엉성이는 식물을 좋아해서 화분을 가까이 두고 사는 편인데 마음과 달리 엉성이에게로 온 식물들이 잘 견디지 못했어요. 이제야 원인이 한 가지는 분명하네요.


식물을 다른 화분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역시나 너무 엉성하게 구멍을 파고 밀어 넣기만 해 식물 뿌리가 잘 뻗어나가지 못한 겁니다. 그러니 물 주는 일을 정기적으로 달력에 표시까지 하는 엉성이에게 무리였던 거지요.

 

바꿔 말하면 엉성이는 엉터리였습니다. 식물에 관한 공부는 하지 않았거든요. 좀 더 치밀하게 탐구해야 하는 건데. 

 

"가을이 오래 지속되면 좋겠어..."


우리 씨가 고통스럽게 보낸 기간이 오늘로 2주입니다. 수술하고 열흘이 지나 실밥도 풀고 우리 씨 예민함도 다소 누그러졌답니다. 훌쩍 점프해 책장 위로 올라가는 것을 보면 역시 일상 복귀입니다.


며칠 전부터 흉터에 송골송골 잔털도 보여 살갗을 감싸주고 있기도 하네요. 그래도 상처 부위가 그루밍으로 덧나지 않게 보호장치를 했답니다.


신기한 것은 우리 씨 행동인데.. 어리광이라 해야 할지 엄청 엉성이를 맴돈다는 거죠. 엉성이는 이런 우리 씨가 좀 부담스럽지만 잠시 털을 만져주다가 슬그머니 내뺍니다.

 

 

우리 씨,  불편해도 참아주어 고마워요^^


엉성이에게 이번 상황은 교훈을 주기도 했는데 동반자 입장을 더 세밀하게 배려해야 한다는 거였어요. 아무래도 인간은 욕심쟁이죠. 무엇이든 인간 중심으로 생각하곤 하니까요.


이 공간을 같이 사용하는데 우리 씨에게 위험한 것이 무엇인지 잘 인지하지 못한 것 같아요. 우리 씨가 알아서 할 것이라 생각한 것도 무리였죠. 이 공간은 냥냥이인 우리 씨에겐 썩 좋은 곳은 아닌 것 같습니다.


우리 씨와 엉성이로 남은 시간 잘 살아내려면 아무래도 더 많은 관심과 배려가 필요한가 봅니다. 엉성이는 우리 씨가 올 때 가장 염려한 일을 엉겁결에 치르기는 했지만 여전히 착잡합니다.

 

과연 엉성이는 잘 해낼 수 있는 걸까요...                                                     2019.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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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우리 씨와 엉성이는 몸과 마음이 아프다

 

 

엉성이는 일상이 일탈처럼 여겨지는 9월을 보냈습니다. 살아온 동안 경험할 수 없었던 일이 서너 개 겹쳐서 일어나면 마음과 몸이 분리되기도 하나 봅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엉성이의 일탈이 삶의 향기를 더하고 있다는 것이었어요. 1주일에 서너 번을 외출하고 돌아오면 우리 씨 목소리가 날카롭게 귀를 자극합니다.


엉성이에게는 결코 긴 시간은 아닌데 우리 씨에겐 아니었나 봅니다. 냥냥이와 엉성이의 삶 주기가 다르다 보니 엉성이는 우리 씨에 대해 부족한 점이 많았던 거죠. 굳이 결과적으로 본다면요.


장항 선셋 페스티벌이 열리는 동안 작은 지역 축제들도 선을 보입니다. 그 축제에 레아(난생처음 드카펫에 선 찔한 그대)는 '다방 영화제'를 기획해 멋지게 축제를 해냈어요.


레아는 영화제를 기획하는 프로그래머들이 모여 동아리 활동을 하고 공식적인 행사를 처음 해냈답니다. 실험 적으로 지난 2월 비공개로 '비닐하우스 뮤직 영화제'를 기획해 지인들의 호응과 기대감 충전의 시간을 보냈고요.


이러저러 엉성이는 여름부터 새로운 도전을 감행했고 과정에서 마주치는 아찔한 순간에서 꿈틀거리는 삶을 배웁니다. 한글날을 앞두고 여름부터 진행된 일이 마무리됩니다.


이렇게 잘 치른 후에는 스스로를 격려하는 일은 엉성이 몫입니다. 처음에는 강원도를 생각하다 제주도까지 가게 되는 화려한 외출로 우리 씨와 잠시, 이별입니다.


제주 함덕해수욕장 근처에 도착해 검은 바다가 보내주는 소리에 스르르 마음이 내려앉아 8 헤르츠가 되더군요. 창을 열어두고 바다에서 들려주는 파도의 울렁임에 느긋하게 누운 엉성이에게 톡이 왔어요.


새벽 2시 가까이 날아온 소식은 우리 씨의 상처 난 몸을 찍은 사진이었답니다. 군산공항을 떠나기 전까지만 해도 엉성이는 발견하지 못한 상처라.. 긴 밤 내 별의별 생각이 다 들더군요.


이런 갑작스러운 사고는 여행자를 방안에 묶어버립니다. 스스로 묶일 예정으로 만든 일탈이지만, 외부 상황으로 만들어질 수는 없던 날이었어요. 그래요, 지인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엉성이는  긴 시간 힘들었겠죠.


바로 아침이 되자 지인의 도움으로 병원으로 달려가 수술을 하고 지금은 잘 회복 중입니다. 외상으로 인해 겨드랑이부터 긴 상처를 꿰맨 자국이 오늘 아침까지 괜찮아 보입니다. 며칠 후에 실밥을 풀러 가야겠죠.

 

"우리 씨,  잘 견뎌내어 줘 고마워요^^"


위험하다고 인식하지 못한 것은 아마도 엉성이 시선일 뿐이겠죠. 우리 씨가 캣 타워로 애용하는 벽 선반 위 책들을 지나 아래로 내려오려면 부엉이 시계를 지나거든요. 엉성이가 좋아하는 흰 부엉이인데..


부엉이 시계에 달린 날카로운 두 개의 바늘 중 하나에 스친 것 같아요. 엉성이가 발견은 했었거든요. 우리 씨 하얀 털이 시계 중심에 돌돌 말려 있기도 했던 것 같아요. 멈춘 시계를 꺼내 건전지만 바꿨네요.


아마 우리 씨가 지나 내려오다 하얀 털이 걸렸나 보네... 엉성이는 역시나 치밀하고 섬세하지 못하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두근거리는 새벽을 지나 무사히 마친 우리 씨 수술 이야기를 듣고서야 바다가 보이더라고요.


화려한 외출이라 이름 지은 엉성이의 일탈처럼 우리 씨도 피 흘리는 일탈을 경험하셨네요. 잠시, 이별 후 아픔은 치유되고 있는데 우리 씨가 보이는 행동은 어째 애착을 넘어 집착이 되는 것만 같아요. 이를 어쩌나...  (2019.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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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나스메 소세키가 생각나는 계절입니다. 그의 작품을 떠올리면 늘 이 계절, 대지를 비추는 가을 햇살과 바람이 제격이거든요. 엉성이가 전 작품을 끌어안고 있는 몇 안 되는 작가 중 으뜸이지요.   

 

가을볕과 대밭, 아무도 손대지 않는 동네 감나무 풍경. 엉성이 가을은 평안해 보입니다. 서너 시간씩 장소를 옮겨 가며 촬영 장소를 따라다니는 것일 뿐인데 허덕거립니다.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이 전에 없이 건강해 보인다면 좋을 텐데 아쉽게도 만나는 사람마다 피곤해 보인다고 인사를 건넵니다. 그래, 지나면 웃음 짓게 하는 일이지만 당장은 힘들었어.


이제 엉성이는 가을 햇살의 풍요를 들먹이며 황금빛 대지에게 보내는 따가운 하늘빛. 빛 고을로 번지는 자연의 경이로움을 구경할 뿐입니다. 그 가운데 엉성이는 자꾸만 기어들어가고 싶어 지는 거죠.


노곤해진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오면 아직도 따가운 햇살에 누운 우리 씨가 포르르 눈을 뜹니다. 이내 소리를 내며 졸졸 따라다니죠. 우리 씨 주변에 딱히 부족할 것이 없는데.. 아는 척해달라는 거였어요.
 

"우리 씨, 잘 지냈어요?"


엉성이는 눈을 맞추며 말을 건네고 그의 몸을 만져봅니다. 더 풍성해진 우리 씨 하얀 털이 코끝을 간지럽힙니다. 우리 씨가 얼굴을 들이밀며 비비대는 것도 익숙해졌어요.  

 

이웃에 사랑이가 있어요. 길냥이가 마음씨가 넉넉한 동반자를 만나 새로 들어왔더군요. 사랑이도 사람 볼 줄 아는 거죠. 길에서 계속 따라와 같이 살자 하고 지내게 되었답니다.


사랑이가 놀러 오면 우리 씨는 깜냥도 안 되는지 높은 곳에 올라 내려다보기만 합니다. 우리 씨는 역시 엉성이 동반자로 딱입니다. 제 밥통에서 마음껏 먹고 우리 씨 보금자리를 차지하고 있어도 지켜만 보네요.     


사랑이를 동반자로 맞은 눈해는 직장에 다니는데 혼자 두고 온 사랑이 걱정으로 CCTV라도 달아야 할까 보다 하더군요. 그런 이야기를 듣자니 엉성이는 어쩐지 너무 태평한 건가 하다가도 절레절레합니다.

 

"나는 태평한 고양이로소이다"


엉성이는 언제든 바깥 일로 나갈 때면 오히려 든든하거든요. 우리 씨가 있어 주어서 내 공간이 뽀얗게 우리 씨 흔적 투성이 되어도 개의치 않아요. 우리 씨는 같이 있어도 따로 지내는데 웬 걱정이래요.


어쩌면 우리 씨 경우만 해당되는 것인지는 모르겠네요. 사랑이 동반자에게 괜한 소리를 했나 싶기도 했어요. 냥이가 말을 못 해서 그렇지... 감시하는 거나 같은데 그건 아니잖아요. 사람들은 안전을 위한 것이라 떠들지만 전 그것을 이용해 감시하는 것은 아닌지 싶거든요. 가능하면 CCTV 따위는 없는 곳에서 지내려고요.


사랑이 깊어서라기 보다는 집착 아닌가 싶네요. 역시나 인간에게 늘 문제가 되기 쉬운 것은 사랑이라는 말로 대체하는 숨겨진 감정들 아닐지요. 냥이는 냥이대로 엉성이는 엉성한 대로 살아가는 거죠 뭐.  (2019.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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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닮은꼴 냥냥이와 엉성이

 

냥이는 며칠을 단식하듯 음식을 지나칩니다. 누가 이기나 보자. 배고프면 먹겠지 뭐. 새롭게 장만한 통조림을 따 밥그릇에 놓아둡니다.스윽. 코를 들이대더니 그냥 지나칩니다.

 

슬쩍. 엉성이는 곁눈질로 바라봅니다.우리 씨는 창 밖 한산한 거리를 바라보며 앉아있네요.우리 씨 건식 사료 주는 일도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엉성이는 조금 걱정을 하고요.

 

제발 이 음식 좀 치워 줘.안 먹는 게 왜 그렇게 많아?그것도 닮았습니다.몸에 좋다는 음식은 거부해.이것도 닮았습니다.
냥이에게 습식 사료를 주는 것은 수분 섭취를 포함한 선택이기도 하다네요. 사람에게도 양질의 음식이 좋다는 것은 뭐 하나마나한 말이긴 합니다만.


동반자 우리 씨가 아프게 되면 엉성이는 감당할 수 있을까... 이 문제가 가장 큰 고민 중 하나였거든요. 그래서 평소 좋은 음식을 제공하는 게 나을 것이라 생각하죠.


우리 씨는 뜻밖에 까다롭네요. 여기저기서 알게 된 정보를 이용해 장만한 음식 중 절반은 우리 씨에게 퇴짜를 맞아요. 애를 먹이다 결국 엉성이가 두 손을 듭니다.


알았어. 우리 씨, 싫은 것은 먹지 마.덕분에 주위에 냥이 씨와 음식을 나눕니다.   


우리 씨를 지켜보며 엉성이는 자신의 생활을 돌아봅니다. 안 먹고 못 먹는 게 많은 엉성이처럼 우리 씨도 닮은꼴이었구나. 엉성이는 평소 몸에 좋다는 음식을 대신할 영양소는 마음에 달린 것이라 생각합니다.


자신이 먹고 싶은 것을 먹을 때 몸도 편안해진다는 것을 터득한 편이거든요. 모닝커피로 하루를 열면서 몸이 깨어나는 느낌으로 지금까지 지내왔거든요.


하루 석 잔이면 괜찮다는 커피를 물 먹듯 섭취하는 엉성이가 자주 듣던 말을 이제 우리 씨에게 해대네요. 엉성이는 새우버거를 좋아해요. 생각해보니 대체로 정크 음식류에 속하기는 합니다.


아직 아이 시절 입맛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거지.웃으면서 우회적으로 보내는 가족의 눈빛이 떠오릅니다. 그런가요? 패스트푸드를 좋아하면 어른은 아닌 건가?

 

웃자고 하는 이야기라는 것을 알면서도 스테이크를 못 먹는 엉성이는 할 말을 잃어요.우리 씨에게 강요라는 말은 통하지도 않지만 쳐다보고 지나치며 새침해지는 우리 씨를 인정은 해야겠더군요.

 

우리 씨가 지쳐 엉성이를 바라보네요. 알겠어. 좋아하는 것만 드셔^^


아침 바람이 다르게 불어오네요. 기온은 높아지는데 바람은 다르게 말하면서 가을을 재촉하는 것만 같아요. 어디선가 귀뚤이 이야기도 가까이 들려옵니다.


엉성이는 우리 씨에게서 잊었던 기억을 찾습니다. 몸 건강은 마음 건강에서 온다는 것을. 냥냥이 우리 씨와 엉성이의 동반 생활은 편안하게 지나는 중이니 그것이면 충분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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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우리 씨 여름 나기  

 

엉성이의 외출이 잦은 여름날, 우리 씨는 어떻게 지냈을까요. 텅 빈 공간이 궁금하긴 합니다. 엉성이처럼 우리 씨도 독립적인 공간을 선호하기에 어쩌면 홀로 남음을 즐기는지도 모르죠.


새로운 일을 시도하면서 설레는 일이 좋아요. 같은 공간에서 활동하는 사람들과 짧은 거리를 두고 마주하는 일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거든요. 특히 협업을 통해 이루어내는 일이기에 재미있어요.


마치 엉성이는 다른 세계로 이동한 듯 착각을 해요. 그동안 같이 한 사람들과는 너무도 다르거든요. 요즘 엉성이는 다큐멘터리 제작하는 일에 빠져 있답니다. 지금까지는 기획 단계라서 그런지 놀러 가는 느낌이지만요.


폭염을 들먹거리는 여름 나기를 준비하기로 했어요. 긴 털 소유자인 우리 씨는 여름 털이 새로 나는 시기라 함께 있는 이 공간은 공기처럼 우리 씨 하얀 털이 자유롭게 춤을 춥니다.    

 

                     『고양이를 사랑한다면 알아야 할 것들』 난리 히데코

 

 

제5교시 고양이의 건강을 배운다     

동물 병원 가기 전에 할 수 있는 일 ∥ 검사 결과가 완벽한 건 아니다 ∥ 동물 병원의 종류와 차이 ∥ 동물 병원 선택의 5가지 기준 ∥ 고양이, 보호자, 수의사의 협력이 중요하다 ∥ 고양이 건강 판단법 ∥ 서양의학 이외의 치료법도 있다 ∥ 고양이 보살피기 ∥ 고양이와 함께하는 재난 방지 대책 ∥ 무심코 밖으로 나가버린 고양이 찾는 법 ∥ 고양이와 함께 이사하기 ∥ 귀여운 고양이에게는 집을 맡기자       


아침이면 털 손질을 부탁하는 우리 씨 눈빛을 알아차린 엉성이는 브러시를 사용해 털을 풀어줍니다. 한 번이던 털 손질이 언제부터인지 셀 수 없이 늘어만 갔어요. 가끔 엉킨 털을 고양이 가위로 정리했죠.


아마도 우리 씨가 그루밍으로 감당하기 어려웠던지 배와 가슴 부분 털이 뭉쳐서 걱정이 되더군요. 가위로 잘라 내기가 너무 어렵게 뱃가죽과 너무 가까워 고민을 합니다.


지난해 여름은 더위로 대단했죠. 별생각 없이 동물병원으로 가서 우리 씨 털을 맡겼어요. 그런데 전신마취 후 털을 깎는 겁니다. 그 후는 우리 씨 바라보기가 너무 안쓰럽고 미안했던 기억이 있거든요.

 

동물병원으로 데려가는 것은 못할 짓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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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예방주사 맞기

 

주위를 둘러보다 그만 책 한 권에 시선이 꽂혀 하루가 푹 꺼지는 날이 있죠. 서너 달은 묵은 책일 겁니다. 사실 기억에 없어요. 분명 엉성이가 선택한 책인데... 『왜 세계의 가난은 사라지지 않는가』장 지글러. 아마 글쓴이의 이름만으로 결정한 책일 것 같아요.


십 년이 훌쩍 지났네요.  장 지글러의『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를 읽고 받았던 충격은 한 구탱이 늘 침전되어 있는 것 같아요. 이 세계가 조금은 나아졌을까... 장 지글러에 의하면 이 세계의 양극화는 더 극단으로 가나 봅니다. 국가가 성장하는 것이 나쁠 이유가 없죠. 문제는 그 성장이 고루 분배되는 가이니까요.


엉성이는 너무 애쓰지 않기로 했지만, 여전히 이 세계의 우울은 엉성이에게로 전염되나 봅니다. 장 지글러는 자본주의 전염병으로 설명하기도 합니다. 어쩌면 같이 있는 우리 씨가 느껴주나 봅니다.

 

책을 읽는 내내 우리 씨는 엉성이 곁을 지킵니다. 엉성이의 감정선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을 알아차린 듯. 자본주의. 이 단어에 푹. 꺼져 들고 맙니다. 때로 책은 엉성이를 꼼짝없이 묶어버립니다. 휴우.


아침 일찍 출발해 두어 시간 지나 우리 씨는 병원을 다녀왔습니다. 종합 백신이라는데.. 우리 씨에게 필요한 주사라고 하는 수의사를 신뢰하는 마음으로 꾹. 낯선 환경에서 다른 냥냥이와 댕댕이들이 뒤섞여 몹시 긴장했던 탓일까요.

 

집에 돌아와서 빛 바랜 눈으로 가만 앉아있기만 합니다. 그러다가는 이내 잠들어버리는데 식사에도 통 관심이 없네요. 우리 씨가 기운 없는 게 자본주의 때문은 아니겠죠.
  

잠든 우리 씨 모습이 힘들어 보여요. 우리 씨, 오늘 잘 견뎌내기^^


우리 씨, 건강 검진은 현재 매우 양호하다고 합니다. 몸무게도 적당한 상태라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요. 의사 선생님은 이제 우리 씨 몸집 성장은 거의 끝났다고 보는군요. 건강 검진 결과보다 현재 우리 씨 상태를 눈여겨 살펴보는 일이 중요하죠.


엉성이는 쓸데없는 걱정으로 힘을 낭비하지 않는 사람이긴 하니까요. 지나친 정보가 오히려 불안을 키우기도 하거든요. 활용하는 지혜를 가지기로.

 

67억이 살아가고 있다는 이 세계는 왜 이리도 한쪽으로 치우쳤을까요. 순전히 운으로 지금 여기 살아가기에 5초에 1명이 기아로 죽어가는 현실은 도무지 상상할 수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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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겁 많은 냥냥이 동반자

 

고양이가 무서워. 왜 고양이를 싫어하지? 무서워한다고. 여기서도 이해가 아니라 오해가 생긴다. 나는 분명 무섭다고 했는데 정작 그 말을 들은 사람은 싫어하냐고 되묻는다.

 

무서운 이유를 찾아 설명한다. 아마도 추리물 때문일 것 같아. 살인을 완전범죄로 만들 수 있던 순간 벽 안에서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려. 살해된 시체와 함께 검은 고양이가 있었던 거였어. 유독 그 작품이 선명하게 기억에 있거든. 아무래도 거기부터 출발해야 할 거야.      


생물체는 대체로 내겐 약간의 무서움과 긴장감을 주곤 한다. 마당에서 기르던 백구가 새끼를 낳았는데 한 마리가 따로 떨어져 나왔길래 그 강아지를 집어 들어 백구에게 가져가던 그 순간. 그 물컹하고 말랑거리던 질감. 그 순간 힘의 안배를 고민하며 벌벌 떨었던 때가 선명해. 하지만 강아지는 무섭지 않아. 도저히 애완용으로 내 공간 가까이에 두거나 품을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     


막차를 타고 역에 도착했던 날이다. 낮에 흩뿌린 눈들이 흔적 없이 땅 아래로 녹아 스며들었지만, 아직 나무들의 가지에는 자취를 남겨두었다. 역사는 어둡고 조용했다. 함께 내린 승객들과 또각거리는 발자국과 어둠에 여기저기서 비추는 자동차의 불빛, 그리고 안개. 이곳의 밤은 자주 안개를 뿌린다.      


바다가 가까운 지역이니 지리적인 이유가 크겠지만 내게는 이런 밤 풍경, 안개를 가르며 걸어가는 텅 빈 밤거리에 팔딱거린다. 평소에는 역 앞에 늘어서 있던 택시들이 내 앞의 사람을 마지막으로 없다. 안개는 하늘에서 내려와 내 무릎 언저리까지 휘돌아 오르락내리락하며 흐물거린다. 역으로 들어오는 입구 길 너머까지 어둡다.     

 
택시가 더는 들어오지 않으려나 보다. 왼쪽 다리의 부실함에 집까지 걷기에는 분명 무리다. 그렇다고 택시가 올 것이라는 확신도 안 선다.

 

사거리까지 나가면 여기보단 움직이는 택시들이 보일 것 같아 우선은 걷기 시작한다. 가로등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희미했던 것 같다. 어두운 하늘빛과 흰 안개에 주변 풍경이 흑백의 조화로 펼쳐진 것을 눈으로 바라볼 수 있었으니 어디에서건 불빛이 발하고 있던 거였다.     

 
사거리 쪽은 이미 신호등이 깜빡거린다. 자정이 넘으면 신호체계는 자유를 허락한다. 차들의 움직임이 적어지는 시간이니 당신들 멋대로 하세요. 한밤중에 사거리를 내 멋대로 휘젓고 다니는 자유, 이 고요와 적막을 두르고 걸어간다. 절반쯤 남은 사거리에서 내게로 달려오는 희미한 불빛은 빈 택시를 알리는 빛이다.      

 

순간 그냥 걸을까 하다가 내일이 걱정된다. 그냥 타자. 역전에 사람 더 있나요? 아니요. 제가 마지막이었어요. 기다리시면 택시가 들어갈 텐데 나오셨네요. 내가 있는지 어찌 알겠어요. 그냥 다 알아요. 어마어마한 오해다. 이런 오해가 일상에서 늘 터진다.

 

어이쿠. 고양이와 관한 오해와 이해의 차이를 쓰고 있단 사실을 잊었다.     

 

다시 고양이 이야기로 돌아가 오해를 이해로 변화시켜볼 내 나름의 노력은 해가 바뀌면서 이어진 뜻밖의 인연 덕분이다. 우연하게 팟캐스트에서 듣게 된 아이오와의 작은 마을 스펜서 도서관 고양이 책 『듀이』를 만나면서였다. 책에서 듀이의 엄마가 소개하듯 책 표지에 듀이는 정말 무섭지 않았다. 사진이라서일까.          

 

지금까지 나를 찾아온 고양이 가족을 잊지 못한다. 몇 년 전 아침에 현관문을 당겼는데 고양이와 그의 아기 고양이가  앉아 나를 바라보았다. 네 마리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기 고양이 엄마 고양이 아기 고양이 두 마리. 기억에 있는 이미지로 검은색과 흰색이 섞인 고양이 가족이었다.

 

딱. 그들을 마주하고 튀어나오는 비명과 끌어당긴 철문.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보낸 시간은 물리적인 감각과는 달랐던 기억의 거기까지. 기회를 놓친 것이다. 

 

    

 

책을 좀 더 읽어요.


듀이 리드모어 북스. 스펜서 도서관 고양이의 온전한 이름이다. 뭔가 이름에 정중함이 들어있다. 지역사회에서 공공도서관의 역할을 고양이의 이름에서 발견한다. 듀이로 하여 작은 마을 스펜서는 관심을 받게 되고 활기를 찾는다. 그렇게 되기까지 스펜서 도서관에서 고양이를 보살피기 위한 노력들이 지속된다. 듀이는 지역민과 친해지고 그 공감대가 지역에 변화를 가져온다.


한 국가의 수도만이 거대한 발전을 하고 지역 사회는 빠져나가는 인구에 몸살을 앓고 있다. 서울로 서울로. 이것이 한국이 갖고 있는 커다란 오해이기도 하다. 그런 오해 속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는 서울 탈출이라는 탁월한 선택을 했다. 그래서 한국의 수도인 서울에 붙은 '특별시’라는 을 사용하기가 싫다.

 

특별함은 지역마다 지닌 아름다움이어야 하니까. 그런 의미에서 서울은 별로 아름답지 않다.  그것을 무시하는 이름으로 서울만을 특별시라 불리는 것은 오해가 아닐까. 지역 사회의 특별함이 골고루 다양하게 빛날 때 그 오해는 이해로 변한다. 나는 그 이해의 한가운데 듀이가 있다는 사실, 한 마리의 고양이가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끌린다.

 

내게 허락된 남은 시간은 이 무섭지 않은 고양이 듀이를 생각하며 고양이가 나를 피하는 게 더 먼저이겠지만 길에서 마주칠 멀리 있는 고양이를 피하던 짓을 더는 하지 않으려 한다. 고양이가 무서웠던 이유에 대해 이해를 바라면서.       

 

[덧붙임]

고양이를 무서워하는 내가 '나'에게 건넨 2017년 새해 선물을 읽고 남긴 글입니다. 엉성이는 냥냥이와 친해지기 위해 홀로 노력을 해왔던 것 같아요. 우리 씨와 엉성이가 동반자가 되는 데 작은 용기를 남긴 좋은 책이었어요.

 

 

엉성이 동반자가 된 냥냥이 우리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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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우리 씨와 엉성이는 닮은꼴

 

<누가 날 죽였지?>


베르나르 베르베르 장편소설 『죽음』이 시작하는 첫 장입니다. 영매를 통해 주고받는 죽은 자와 산 자의 대화는 작가에게는 너무 자연스레 진행되는 이야기입니다. 주로 상상력을 기반으로 하는 작품들이 계속 이어져 왔죠.

 

이번 작품 역시 지난 작품들이 이어지는 것이 약간 지루해지려고도 합니다. 그러면서도 이번 작품은 또 어떻게 죽음을 다루었을까. 역시나.


외래적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노력은 쉽지 않습니다. 동전의 양면에 만족하지 않고 동전을 구球로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은 내부와 외부의 조화에서 가능하기 때문이겠죠.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품이 추구하는 시선은 정신과 육체를 떼어내 생각할 수 없는 이야기로 상상력을 부추기죠. 두 권을 다 읽은 뒤에 어긋난 엉성이의 추리 한계를 확인합니다. 무리야.


가끔 홀로그램으로 '나'를 3차원 입체상으로 바라보고 싶은 욕망일 겁니다. 안과 밖을 동시에 느껴보려는 노력은 엉성이가 알고 있는 자신과 그들이 알고 있는 엉성이. 그 교차성을 가능하면 많이 찾아보고 싶은 것일 수도 있고요.

 

어느 정도 안과 밖을 넘나들 수 있다면 삶이 파열음을 내지는 않을 것 같아요. 우리 씨를 바라보는 시선도 엉성이 중심이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고양이를 사랑한다면 알아야 할 것들』난리 히데코


난리 히데코는 냥냥이를 돌보는 캣 시터로 관찰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가장 마음에 와 닿은 이야기는 냥냥이는 '지금 이 순간'을 산다는 거죠. '지금은 바쁘니까 다음에'는 통하지 않는답니다. 어쩌면 이리도 절묘한지요.

 

엉성이는 전생에 냥냥이 지도 모르겠어요. 히데코가 말해주는 고양이 일생을 알고 보니 닮은꼴이더라고요. 두 번째는 '고양이에게는 겉치레가 없다'인데 엉성이가 엉성하게 살다 보니 그런 편이거든요.


아마도 원하지 않는 일은 하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할 때는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편이니까요. 엉성이는 우리 씨와 같이 살며 되감기를 합니다. 모르기에 무서워하는 것은 죽음만이 아니라는 것을요.

 

삶에서 마주하는 모르는 대상과 셀 수 없이 많은 일에서 알고 나면 사라질 감정들이요. 우리 씨와 동반자가 되기로 한 결정은 탁월한 선택이라고요. 우리 씨에게서 엉성이 삶을 확인하는 과정이 열리네요.


엉성이는 지금을 잘 살아내고 그 지금이 자연스레 흐르다 죽음으로 이어지길 바라는 사람입니다. 이 세상에 태어나는 것은 엉성이 선택으로 가능하지 않지만, 혹시 엉성이가 선택한 죽음은 가능하지 않나? 뭐, 이런 생각으로 이십 대부터 지나오기도 했죠.

 

이제 이기적인 이유만으로 무엇인가를 결정할 선택은 옳지 않다는 것을 자연스레 받아들였답니다. 그런 결정을 하자 현재가 곧 선물이라는 말이 힘을 더 얻더군요.   

 

우리 씨는 맛있는 아침 식사를 하고 볕이 잘 드는 유리벽 앞에서 그루밍을 하고 눈을 붙이려 하네요.


우리 씨는 난리 히데코 말처럼 냉정합니다. 엉성이는 우리 씨가 보여주는 그런 점이 좋아요. 엉성이는 냉정하다는 말을 거의 들어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서 늘 그런 대상을 가까이하려는 경향이 있거든요.

 

물론 겉으로만 냉정해 보이는 뭐, 그런 거죠. 좀 냉정해 보인다... 는 말은 결코 나쁜 의미가 아니거든요. 사실은 냉정함 안에 깃든 따듯함이 기대된다는 것인데 다들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아요.  


식사량을 저울로 달아서 하는 꼼꼼함은 엉성이 삶에서 가능하지 않답니다. 눈대중인 거죠. 그런 습관은 거의 딱 맞아떨어지지는 않고요. 우리 씨 아침 식사량을 대충 건네면 어김없이 어디선가 핀잔을 주는 목소리가 들려요.

 

그것 봐. 또 남기잖아, 에구. 네. 오늘 아침도 우리 씨 식사량은 우리 씨 마음대로 이니까요. 엉성이는 내일 아침에는 좀 덜 주는 것으로 하지 뭐. 싱긋 웃으며 스스로를 격려해 줍니다.

 

우리 씨, 말로 해주면 얼마나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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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우리 씨가 좋아하는 식사

 

떡볶이는 역시 국물 맛이 좌우해요. 엉성이네는 떡볶이를 좋아해요. 어묵이거나 떡이거나 야채이거나 각자 좋아하는 게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이름 붙은 떡볶이는 나름 자랑할 만해요.


떡볶이는 재료에 따라 얼마든지 변화 가능한 음식이니 냉장고에 있는 재료를 최대한 사용할 수 있죠. 엉성이가 떡볶이를 만들면 자주 듣던 말입니다. 하던 일 망하면 떡볶이 전문점을 만들어 보라고요. 다행히 엉성이가 아직까지 견뎌 내네요.

 
국물을 우려낼 멸치는 정말 좋은 멸치여야 해요. 너무 오래 묵은 멸치는 오히려 맛을 망가뜨리거든요. 맹물만 못하다는 거죠. 반드시 다식용 멸치에 묶일 필요도 없고요. 잔멸치를 우려 내도 국물 맛은 역시 훌륭하거든요. 멸치 대신 북어포를 사용하면 또 다른 맛을 주기도 해요.

 

짠*~

 

엉성이가 콩가루 연합에서 사람 믿고 이렇게나 구해 놨죠.


이렇게 장만한 몸에 좋은 멸치들을 엉성이네가 잘 안 먹더라는 겁니다. 아주 잔 멸치 외에는 반찬으로 만들어도 늘 그대로네요. 그러다 우리 씨가 멸치에서 염분을 제거 후 주면 아주 좋아한다는 것을 알았죠. 그 후 육수를 만들 때 사용하는데 다시 백에 넣어 우려내고 다시 꺼내 우리 씨 식사로 변신. 그런데 우리 씨는 젖은 멸치는 거부하더군요. 어느 정도 건조된 후 식사로 건넵니다.


짠*~

엉성이가 콩가루 연합에서 구해 장만해 준 멸치 형제들.  잔멸치 선호하는 우리 씨도 맛나게 드셔^^


오늘은 떡볶이를 아침부터 만들어 봅니다. 갑자기 이런 날이 있죠. 못 견디게 떡볶이가 그리움과 함께 식욕을 자극하는 날이요. 멀리서 보내준 산천어 막걸리가 생각나지만 할 일이 있는 오늘은 저녁으로 미루어야죠^^

 

                      『고양이를 사랑한다면 알아야 할 것들』 난리 히데코

 

제4교시 고양이의 생활을 배운다     

고양이의 즐거움은 눈앞의 밥이다 ∥ 조금씩 자주 먹는 고양이 ∥ 사료는 어떤 것이 좋을까 ∥ 건식 사료 고르는 법 ∥ 가성비 좋은 사료를 고르는 방법 ∥ 습식 사료 고르는 법 ∥ 직접 만들어 주는 식사가 더 좋다 ∥ 식사 장소와 물 마시는 장소 ∥ 고양이 식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 ∥ 고양이가 원하는 것 : 안전함과 쾌적함 ∥ 여름에는 28도, 겨울에는 22도가 적당 ∥ 고양이는 어떤 화장실을 좋아할까 ∥ 안심하고 잘 수 있는 잠자리 ∥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사적인 공간 ∥ 단거리 전력 질주가 가능한 운동 공간 ∥ 집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는 높은 장소 ∥ 순찰 욕구를 채우는 전망대 ∥ 이런 장소는 위험해 ∥ 작은 물건은 수납장에 넣자 ∥깨지면 안 되는 물건은 공유 장소에 놓지 않는다       

 

직접 만들어 주는 식사가 더 좋다




시판되는 캣푸드는 인스턴트식품이므로 보관이 쉽고 조리할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고요. 어쨌든 가공식품이라는 점이죠. 사람과 다를 게 없겠죠 뭐.


엉성이는 그야말로 엉성한 사람이다 보니 패스트푸드를 이용하는 편이라서요. 삶에서 먹는 일에 큰 기쁨을 얻는 타입은 아니거든요. 간단하게 조리할 수 있는 몇 가지 요리만으로도 가족과 벗이 둘러앉아 나누면 행복한 걸요. 물론 건강한 식사에 공들이는 일은 좋은 일입니다.


엉성이가 선택하는 식사는 좋아하는 것
중심으로 가능하면 현명한 소비를 하려 노력하는 편이고, 사람 믿고 열어놓은 '콩가루 연합'을 주로 이용해서 얻어요. 콩가루 연합, 그게 뭔데? 가능하면 대기업 쇼핑몰보다는 상생 가능한 곳에서 믿음으로 선택하는 착한 소비이기도 하죠.

 

노동의 가치를 깨우는 일은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생각합니다. 사회 시스템으로 차별과 착취 가능한 현실. 노동의 대가와 노동 환경이  조금이라도 변화할 수 있도록 꾸준한 관심과 행동이 필요합니다. 광장으로 나가 함께 할 수 없다면 개인이 의식적으로 소비해야 하는 거죠.


몇 푼이나 된다고... 그 몇 푼으로 생명을 쥐락펴락한다면요? 필요한 물품이 있을 때 가장 먼저 콩가루 연합으로 가서 둘러보는 일은 이제 자연스럽거든요. 너무 진지해졌나... 오늘은 우리 씨 생활에서 엉성이에게로 또 이 글을 만날 그대를 위한 아침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마무리할게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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