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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호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왼쪽)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지난 6·4지방선거 교육감 선거가 깜깜이 선거, 로또 선거 였다"며

         임명제로의 전환 취지발언을 하고 있다. 2014.6.9/뉴스1

 

 

로이스 로리의 ‘파랑 채집가’에 우리들의 모습이 담겨있습니다. 이 소설은 핵 전쟁 이후에 펼쳐진 미래 사회를 보여줍니다. 수호자 집단이 이끌어가는 그 곳의 아이들 '맷'과 '키라'는 먼 훗날 펼쳐질 수도 있을 법한 우리 사회에서 성장할 아이들의 모습입니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시간들이 결국 미래의 그 시간들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생각을 이 책에서도 무겁게 만날 수 있답니다.

 

강한 자들, 가진 자들이 쥐고 있는 권력의 힘을 남용하면 사람들에게서 '희망'을 빼앗아 자신들만의 세상 안에 가두게 됩니다. 지금 이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 살을 파고드는 파편들이 결국은 맷과 키라의 사회를 낳게 될 것은 자명합니다. 우리의 미래가 아니라 바로 현재가 이 책의 흐름에 맞춰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는 건 지나친 망상일까요. 아이들은 느낄 수 있답니다.

 

5년 전, '파랑채집가'를 읽고 섬뜩한 새벽을 만나면서 내 주변인들을 떠올렸던 시간은 지금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십대들과 시간들을 함께 하고 있는 내게는 나름 확신을 가져다 주기도 했지요. 하지만 십대들과 나누는 이야기의 중심에서 '두려움의 숲을 건너면 진정한 자유 속에서 만나지는 희망'이 있음을 만납니다. ‘파랑’이 구할 수 없는 아주 귀한 색이 된 그곳에서 파랑채집가, 그들이 ‘희망’이었지요.

이번 6.4지방선거는 13군데에서 진보교육감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우리 사회가 앞으로 교육의 혁신을 가능하게 만들어 갈 것이라는 사실로 위안을 삼았습니다. 세월호참사라는 외적인 요인만으로 진보교육감의 진출이 가능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내부적으로 현재 교육의 방향이 얼마나 잘못되었는가를 많은 이들이 절감했기 때문이겠지요. 그런 의식적인 투표의 결과였습니다.

 

공교육의 위기는 공동체를 교묘하게 해체하는 결과를 빚어내어 왔다고 하면 지나친 우려일까요. 우리의 교육은 없었습니다. 개인의 성공과 이해관계로 개인의 잠재력이나 상상력은 발휘될 가능성이 없었으니까요. 청소년들은 미래가 암울하게 느껴져 자신의 몸 사리기에 급급하고, 수동적으로 사회적 성공이란 허울 좋은 허위욕망으로 허덕거려야만 했습니다. 비주체로 사는 것이 덜 두렵게 다가왔겠지요.

 

우리 사회는 이미 교육이 아닌 사육을 통해 로리스 로이가 문학 내에서 ‘파랑’으로 설정된 ‘희망’을 빼앗아 왔던 것입니다. 아이들은 이미 사육당하는 교육 환경에서 주체로서 철저히 배제의 대상이었습니다. 그런 결과로 발생하는 일들이 사회에 넘쳐나고 있었지만 표면적으로 감추는데 급급했습니다. 청소년의 자살과 학교 폭력, 인권의 부재에서 보여지는 권위의 추락은 교육의 주체를 일깨우게 합니다.

 

 

 

 

          ▲ 서울 조희연 등 진보성향 교육감 후보들이 지난달 19일 기자회견을 통해

            3대 공동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News1 김재식 기자

 

 

교육에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는 이번 진보적인 교육감의 역할은 건강한 미래 사회를 위한 초석이 될 것입니다. 그동안의 병든 교육에 대한 반성과 성찰로 사람을 살리는 교육을 위한 혁신을 통한 진보적인 정책들이 지속적으로 만들어져야만 합니다. 자신으로부터 시작된, 주체적인 한 개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것이 교육의 역할입니다. 그 역할은 기성세대의 사회적 책임감이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이번 6.4지방선거의 결과에 보여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의 행동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입니다. 교육감 직선제 폐지를 위한 헌법소원 추진을 공언한다는 것은 우리 사회에 교육의 주체를 외면하는 현실을 공고하게 알려준 일이지요. 또한 주호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현행 교육감 직선제는 과도한 선거비용 문제가 있다"라며 '교육감 임명제 부활'을 주장했다고 합니다.

 

그는 "2010년 교육감 1인 당 38억5800만 원의 선거비를 썼는데 이처럼 막대한 비용을 쏟아붓고 선거에서 지면 패가망신한다"라며 "교육감 비리가 빈번한 이유는 선거비용 조달 문제 때문"이라며 또 돈타령을 합니다. 지금보다 더 많은 선거비용이 들어도 교육감 직선제는 필요한 일이며 당연히 지켜야할 제도 입니다. 오히려 교육의 주체가 구경꾼으로 놓인 현재 상황을 바꿀 의지가 더 발휘되어야할 때라고 봅니다.

 

나 하나만이 아니라 너와 내가 만나 하나가 되는 것은 동양 사람들이 중요하게 생각했던 마음이었습니다. 이것이 서구와 다른 점이죠. 로빈슨 크루소처럼 무인도에서 혼자 떨어져서도 잘 버티어나가는 사람보다는 함께 하려는 우리의 공동체 정서입니다. ‘내 엄마’가 아니라 ‘우리 엄마’인 거죠. 강한 내가 약자인 너를 어깨동무하여 나아가는 것이 교육의 힘입니다. 공교육의 혁신으로 그 힘을 키워야 합니다.

 

2014. 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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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보랏빛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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