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화. 우리 씨 알아차리기
새벽 4시가 조금 넘었어요. 우리 씨 울음에 깨어난 엉성이가 무엇을 해도 성에 차지 않나 봅니다. 서너 시간 옆에 와 앉으면 어루만져 주었지만 계속 이리저리 안절부절 합니다.
그동안은 별 반응 없이 잘 자고 먹고 했는데 아무래도 변화된 것은 물이라.. 거기에 생각이 미치더군요. 그래도 적응해줄 때까지는 우리 씨 비위를 맞춰줘 봅니다.
우리 씨가 오늘처럼 알 수 없이 불안하게 소리 내면 책을 꺼내 들어 읽어봅니다.
고양이의 즐거움은 눈앞의 밥이다 ∥ 조금씩 자주 먹는 고양이 ∥ 사료는 어떤 것이 좋을까 ∥ 건식 사료 고르는 법 ∥ 가성비 좋은 사료를 고르는 방법 ∥ 습식 사료 고르는 법 ∥ 직접 만들어 주는 식사가 더 좋다 ∥ 식사 장소와 물 마시는 장소 ∥ 고양이 식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 ∥ 고양이가 원하는 것 : 안전함과 쾌적함 ∥ 여름에는 28도, 겨울에는 22도가 적당 ∥ 고양이는 어떤 화장실을 좋아할까 ∥ 안심하고 잘 수 있는 잠자리 ∥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사적인 공간 ∥ 단거리 전력 질주가 가능한 운동 공간 ∥ 집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는 높은 장소 ∥ 순찰 욕구를 채우는 전망대 ∥ 이런 장소는 위험해 ∥ 작은 물건은 수납장에 넣자 ∥깨지면 안 되는 물건은 공유 장소에 놓지 않는다
물 맛이 변한 것으로 불안했는가 싶어 뒤적이다 보니 '고양이가 원하는 것 : 안전함과 쾌적함' 그리고 '안심하고 잘 수 있는 잠자리'가 눈에 들어옵니다. 한밤중부터 이른 아침까지 우리 씨는 신나라 하며 활동하곤 했거든요. 그런데 지난밤에는 그렇지 않았나 봅니다.
고양이가 쾌적하게 느끼는 집에 필요한 10가지 요소를 난리 히데코는 『고양이를 사랑한다면 알아야 할 것들』에서 친절하게 알려 줍니다. 그중 여섯 번째가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사적인 공간'이거든요. 일단 시도해 보는 게 낫겠다 싶었죠.
두리번거리다 찾아낸 잡동사니 넣어두던 바구니가 생각나서 바로 집을 만들어 주었죠. 안 입는 스웨터가 마침 있어서 바닥을 깔아주니 바로 들어가는 겁니다. 무릎담요를 어디다 둔 것 같은데 찾아내서 우리 씨 집을 꾸며 줘야겠어요.
코*~
찰칵 소리에 살짝 눈을 뜨네요. 우리 씨, 방해해서 미안^^
지난겨울 장만해 준 집 한 채는 들어가려 하지도 않아서 그만 잊고 있었네요. 뭔가 마음에 들지 않으니 짜증이 나고 불안해졌나 봅니다. 우리 씨 푹 자고 일어나요. 정말 다행입니다.
오래도록 빈 집으로 있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