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냥냥이와 엉성이의 새해맞이
엉성이는 우리 씨 마음은 알 수가 없어요. 단지 주변에 알려진 여러 이야기와 경험을 통해 알게 된 지식이 전부이죠. 그렇기에 같이 살아가면서 느끼는 당혹스러운 순간을 자주 만납니다.
지난해 가장 엉성이 마음을 힘들게 한 것은 우리 씨 긴 털을 미용이라는 이름으로 선택한 털 깎기였어요. 그런 선택을 하기까지 목소리 높이는 일도 있었지만, 냥이와 같이 살게 된 엉성이는 확실하게 판단할 힘이 없었답니다.
과연 털 깎기가 미용일까?
이 의문은 여전하게 남아있습니다. 오전에 가 전신마취를 하고 깨어나 집으로 올 때까지 엉성이는 너무 힘들었던 순간을 기억합니다.
역시나 우리 씨는 온몸을 바들바들 떨며 담요 속으로 숨기만 했으니까요. 창 밖을 바라보며 지나가는 사람 구경하는 일도 그만두었어요.
가장 힘들었던 일은 결국 엉성이가 바라보는 시선입니다. 우리 씨 입장에서 얼마나 황당하고 화가 나고 우울할까. 드러나고 싶지 않은 우리 씨 마음을 알 것 같았습니다.
우리 씨 자존감을 지켜주던 긴 털이 공기를 가르며 우아하게 움직이던 그 순간은 멈춰버렸어요. 엉성이는 약간의 고통과 우울해지는 감정에 미안하기만 합니다.
이제 두 달 정도 되니 우리 씨가 잘 움직입니다. 책장을 오르는 일도 자주 일어나고 창 밖을 바라보는 일도 잦아졌어요. 그러는 가운데 새해가 와 버렸네요.
엉성이는 그 어떤 좋은 이유로라도 대상의 외모를 일방적으로 바꾸는 일은 부당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엉성이의 편의보다는 우리 씨 건강을 위한 선택이었다 해도 말이죠.
2020년 엉성이는 동반자로서 우리 씨와 좋은 삶으로 채워가기를 바라며 다시, 또 하나의 시작입니다. 그대도 소중한 대상과 같이 걸어갈 한 해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2020.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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