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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리대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과연 현대 사회에서 무리가 없는 순조로운 이치나 도리가 가능하단 말인가요? 먹고 살기 위해 일을 하고 있는 내게 정당한 대가가 주어지는 현실이라면요? 그래서 하루하루가 충족되는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라면 우리는 만족할까요? 강자가 약자를 괴롭히지 않는 사회,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가 가능할까요?

 

인도 설화에서 그 물음에 답을 찾아보려 합니다.

 

옛날 인도의 어느 작은 마을에 아주 크고 사나운 뱀이 있었습니다.

뱀은 깊은 산 속 바위 동굴에서 살면서 틈만 나면 마을로 내려와 돼지며 닭들을 잡아먹곤 했습니다.

 

“으악! 배, 뱀이다! 사람 살려!”

“음, 모두들 날 무서워하는군. 이거 참 재미있는 걸?”

 

사람들이 벌벌 떨며 도망치는 게 재미있어 뱀은 점점 더 자주 마을에 내려왔습니다.

“으하하! 이거 정말 기분 좋은걸? 꼭 왕이 된 것 같단 말이야!”

 

뱀은 배가 부른데도 재미삼아 가축들을 마구 해쳤습니다. 어느 날 소문을 듣고 멀리서 늙은 수도승이 찾아왔습니다. 수도승은 곧장 뱀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 소리쳤습니다.

 

“네 이놈!”

“아니, 날 보고도 도망치지 않다니!”

 

뱀은 입을 크게 벌리고 수도승을 칭칭 감았습니다.

 

“수리수리수리......얍!”

 

수도승은 주문을 외더니 손으로 뱀의 머리를 호되게 후려쳤습니다.

 

“끄악!”

 

뱀은 몸을 비비 틀며 괴로워했습니다.

 

“냉큼 돌아가지 못할까! 동굴 속에서 네가 한 짓을 뉘우치란 말이다!”

 

꿈틀꿈틀, 꾸불꾸불. 뱀은 부리나케 산으로 도망쳤습니다. 그 날부터 뱀은 동굴 속에서 틀어박혀 꼼짝도 하지 않았습니다. 수도승의 말대로 자기 잘못을 곰곰이 돌이켜보니, 그 동안 저지른 죄가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배도 고팠습니다. 하지만 뱀은 개구리를 잡으려다가도 멈칫했습니다.

 

'안 돼, 안 돼! 더 이상 나쁜 짓을 하면 안 돼!’

 

하루, 이틀, 사흘.......뱀은 이상하게 변해 갔습니다. 몸이 점점 말라비틀어지더니 나중엔 지렁이처럼 작아졌습니다.

 

“하하, 저 뱀 좀 봐! 지렁이인지 뱀인지 모르겠네!”

 

그 때부터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몰려와 뱀을 놀리기 시작했습니다.

 

“제발 때리지 말아 주세요, 네?”

 

뱀은 정말 지렁이처럼 꼬물거리며 울었습니다. 참다못한 뱀은 엉엉 울면서 수도승을 찾아갔습니다.

 

“엉엉, 사람들이 막 때리고 놀려요. 예전엔 저를 무서워했는데......, 이제 어떡하죠?”

“이 어리석은 녀석아! 네가 한 짓을 반성하라고 했지, 내가 언제 지렁이처럼 변하라고 했느냐?”

 

수도승이 호통을 치는 동안에도 뱀은 여전히 엉엉 울고만 있었습니다.

 

지렁이가 된 뱀/원작: 인도 설화 글: 김진락

 

 

 아주 크고 사나운 뱀은 깊은 산 속 바위 동굴에서 살면서 틈만 나면 마을로 내려와 돼지며 닭들을 잡아먹곤 했죠. 마을 사람들은 뱀을 무서워했고 다들 벌벌 떨며 도망치기 바쁩니다. 그런 모습에 재미를 느낀 뱀은 배가 부른데도 재미삼아 가축들을 마구 해쳤어요.

 

 어째 이 뱀은 배를 충분히 채우고도 더 채우고 싶어 하는 이미 존재만으로도 권력을 쥔 이 사회 가진 자들을 닮았습니다. 그들을 막을 수 있는 수도승은 중심을 잡아줄 국가를 운영하는 입법, 사법, 행정부를 떠올리게 합니다.

 

 최근에 주목하고 있는 뉴스가 생각납니다. 사립 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해 추진 중인 ‘박용진 3법’에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 유치원 3법이 통과되면 집단 폐원하겠다고 겁박을 하는군요.

 

 수도승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스스로 지렁이처럼 변한 뱀과 다를 것이 없어 보이는 사립 유치원 관계자들의 행동은 아이들이 놀려먹기에 딱 좋은 경우 같아서 말입니다. 교육이 공공성을 잃고 사익만을 추구하는 일을 방치해온 결과이겠지요.

 

 사립유치원 사태를 바라보는 학부모의 절박함을 이용하는 한유총의 행태는 가히 폭력적입니다. 불편을 감수하고라도 전환을 맞을 기회라고 봅니다. 비리 근절을 위해 추진 중인 ‘유치원 3법’을 지지하고 함께 동참할 수 있으면 합니다.

 

 이참에 국가는 유치원 공공성 확보를 위해 국가가 주도하는 국공립 유치원을 늘려가는 일이 병행되어야 하겠지요. 육아의 불안이 저출산을 부르는 주요 원인 중 하나란 것을 제대로 인지했으면 합니다. 아이들의 돌봄에 국가가 적극 나서야 합니다.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라고요? 그게 순리같은데 한국사회에서는 갈수록 파편화되는 것 같습니다. 사회 제도 탓으로 돌릴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답니다. 하지만 과연 나는 나보다 공동체를 우선으로 여기고 있나... 무거운 밤입니다.

 

 

Posted by 보랏빛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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