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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제18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이렇게 선언했던 대통령이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자의식을 갖춘 성숙한 한 인간’을 기억해내려 하는데 도무지 내 기억력이 달려서 기억해 낼 수가 없습니다. 혹시 이런 분이 계시긴 했던가요? 물론 이 인용문조차 인터넷에서 찾았다는 거 아시겠지만, 공인으로서 말장난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여기에서야 뭐, 별거 아니겠죠.

 

국민 여러분 저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 취임하고 첫 번째로 선택한 개인적인 일로 여러분 앞에 섰습니다. 저는 오늘, 아버지의 왕국에서 누렸던 삶을 청산하며 한 인간으로 독립했음을 선언하려 합니다. 지나온 시간 동안 일어났던 내 아버지의 과오로 인해 희생당한 이들에게 고인을 대신하여 머리 숙여 사죄드리고 용서를 구합니다. 저는 18년 간 대통령 자리에 있었던 대통령의 딸이 아니라, 자의식을 갖춘 성숙한 한 인간으로 한 국가의 대통령으로서 의무를 성실하게 해 나갈 것입니다.”

 

기억한다는 것은 개인의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는 하지요. 내가 기억하고 싶은 것만을 중심으로 기억하게 되니까요. 개인의 선택으로 마음껏 누릴 자유의지입니다. 개인이 모여 있는 공동체는 어떤가요? 작은 공동체부터 국가에 이르기까지 사라질 수 있을까요? 그때의 상황과 진행 과정, 결과, 그것으로 끼친 영향력 등을 기억하지 못한다면 없었던 일로 될까요? 게임처럼 한 판 끝나고 나면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걸까요.

 

 

 

기억숲2

 

 

 

 

 

이틀 전 이 사건은 기억하실까요? 세월호 시행령 개정 촉구를 위한 ‘40만 서명’을 세월호 희생자 가족과 시민들이 청와대 민원실에 전달하려 했죠. 하지만 그 과정에서 경찰 10명에게 제지당해 가로막혀 전달할 수 없었습니다. 종로경찰서에서는 이 말만 반복했다고 합니다.

 

 

미신고 불법집회 중입니다. 아울러 여러분의 불법행위를 전부 채증하겠습니다. 채증자를 바탕으로 사법처리 하겠습니다. 아울러서 대기 경찰관에게 폭력을 행사하거나, 몸싸움을 시도하거나, 멱살을 잡거나, 밀칠 시에는 폭조법 위반으로 현행법 체포하겠습니다.”

 

 

내 나름대로 기억의 장을 열어 보니 아주 멍청한 일도 생각이 나는군요. 지난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잠시 어린애처럼 상상했더랬죠. 아이들에게 들려주었던 ‘크리스마스 캐럴’의 스크루지 영감을 데려간 유령들이 부디 그녀를 잠시 여행시켜 주진 않을까? 혹시 개과천선(改過遷善)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면서 말입니다. 그런 상상이 이루어지는 것은 늘 동화의 세계였죠. 크리스마스, 어린 시절 산타할아버지의 선물을 기억하기도 하잖아요. 이래서 잠시 웃기도 합니다.

 

 

기억의 숲2

 

 

 

팽목항에서 4.16km 떨어진 곳으로 팽목항을 오고 가는 방문객들이 쉬어가는 길목에 첫 번째 나무를 심었고 이후 이 숲에는 천 년을 넘게 살 수 있는 울창한 은행나무 숲이 조성됩니다.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오드리 헵번 가족이 한국을 방문해서 제안한 프로젝트입니다. 세월호 기억의 숲 조성에 나서는 이유는 가족 대 가족으로서 비극적인 사건을 접하고 마음을 같이 나누기 위해서라고 했습니다.

 

 

The family of late Hollywood actress Audrey Hepburn unveiled plans for a memorial forest in South Korea to remember the 304 victims of last year’s Sewol ferry disaster. Sean Hepburn Ferrer, the eldest son of the Hollywood icon and chair of the Audrey Hepburn Society, has initiated the project.

 

“A year has passed and instead of sending flowers to the families, we wish to create something beautiful. We want to create a platform that will bring some feelings of hope and comfort,” Sean Hepburn Ferrer said. “We will create a place from which everyone can work toward the future where a tragedy like this will not repeat itself,” he told reporters in Seoul.

 

Ferrer, along with his wife and eldest daughter, will plant the first trees on Friday that will eventually form the “Sewol Memorial Forest.”

 

 

할리우드 여배우인 故 오드리 헵번의 가족이 지난해 일어난 세월호 참사의 304명 피해자를 기억하는 의미에서 한국에 기억의 숲을 만드는 계획을 발표했다. 오드리 헵번의 장남이자 ‘오드리 헵번 재단’의 이사장인 션 햅번 페러가 이 프로젝트를 발족한 사람이다.

 

션 헵번 패러는 “참사로부터 1년이 흘렀는데, 우리는 유가족들에게 헌화하는 대신 무언가 아름다운 것을 만들고 싶었다. 우리는 희망과 편안함을 가져다줄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 싶었다.”며 “우리는, 이와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는 미래를 위해 모든 사람이 노력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들고 싶었다.”고 서울의 기자들에게 전했다.

 

그의 아내, 첫째 딸과 함께 페러는 “세월호 기억의 숲”을 형성할 나무들을 돌아오는 금요일부터 심기 시작할 예정이다.

[기사 번역 / 비더슈탄트]

 

 

기억숲1

지난 4월에 오드리 헵번 가족과 함께 심은 30그루의 은행나무가 모두 건강히 자라고 있다.

 

 

 

세월호 사건의 희생자들을 영원히 기억하고, 상처받은 이들을 위로할 수 있는 따뜻하고 의미 있는 ‘세월호 기억의 숲’은 지난 5월 15일까지 참여자 2,972 명, 참여금액은 212,296,010원으로 숲 조성기금을 달성해서 현재 진행 중입니다. 1억 원 이상의 조성기금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기에 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선 커다란 숲이 조성되며, 세월호 희생자 및 실종자 가족과 생존 학생들의 메시지가 각인된 아름다운 숲 기념물이 만들어집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 들어가는 말입니다. 아마 이 말이 건네는 의미가 너무 달콤해서는 아닐까 싶습니다. 한국어 위키백과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란 프랑스어로 “귀족성은 의무를 가진다”를 의미하더군요. 보통 부와 권력, 명성은 사회에 대한 책임과 함께 해야 한다는 의미로 쓰이죠. 현대에서는 사회지도층에게 사회에 대한 책임이나 국민의 의무를 모범적으로 실천하는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말인 거죠.

 

 

하지만 나는 반드시 이 말이 사회지도층에만 해당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 땅에서 평범하게 보통의 삶을 살아가면서도 자발적인 나눔은 흔하니까요. 다만 굳이 사회지도층을 겨냥하는 것은 반어적인 의미가 강하다고 봅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아주 드문 한국사회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지 않나 싶고요.

 

 

 

기억숲오드리

 

 

 

이런 프로젝트가 외국의 한 사람에 의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로 가능해졌다는 현실이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물론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많은 일이 곳곳에서 꾸준하게 진행되고 있죠. 작든 크든 그것은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자연스럽게 작동되지 않는 한국사회의 거대한 집단의 문제만이라고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랫동안 축적된 한국 사회가 잃어버린 ‘삶의 가치’의 문제는 아닐지요.

 

돌봄의 공동체를 향한 마음, 그 선함과 진실이 진도 앞바다 그 깊은 바다의 세월호처럼 깊숙이 갇혀 있습니다. 오늘은 당신과 함께 그 기억의 숲으로 가 하늘과 땅, 그 사이에 ‘사람’이 있음을 다시 느껴볼 수 있으면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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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보랏빛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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