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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북을 면치 못하는 우리 외교는 이번 유럽 순방에서도 여전한 듯하다. 외교의 중요성은 국익과 관련되었기에 중요함에도 그 효과적인 면에서 본다면 탐탁하게 여길 수가 없다. 대통령을 포함한 측근들의 행동들에서부터 드러나는 잡음들은 지난 미국 방문과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국내 언론들의 북소리만 시끄럽다.


대통령의 유럽 순방을 수행중인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3일 첫 순방국인 프랑스 파리에서 열렸던 ‘국정원 대선 개입 항의 집회’와 관련해 “대가를 톡톡히 치르도록 하겠다”며 참석자들을 협박하는 글을 써서 눈길을 끌어 주었다. 그의 행동은 국가를 위한 외교인지, 1인을 향한 애교인지 구분이 안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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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시위 사진출처 : 경향신문


김 의원이 말한 파리 시위는 지난 2〜3일 대통령이 유럽 순방 첫 방문국인 프랑스를 찾은 때에 프랑스 거주 한국 교민들과 유학생 등이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에 항의해 벌인 시위다. ‘민주주의 파괴를 규탄하는 재불 한인’은 2일 파리 트로카데로 광장, 3일 팔레 루아얄 광장 등에서 국가기관의 선거 부정을 규탄하는 촛불 시위를 열었다고 한다.


미국의 웹모바일 미디어 토픽스는 8일(현지시각) 김 의원이 시위 참가자들을 상대로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과 관련된 한국 언론 기사를 ‘토픽스 프랑스’에 링크했다니 과연 북소리가 날만도 하다. 일국의 국회의원이 제 스스로 알아서 민주주의 국가를 부정한 꼴이다. 국민을 대행하고 있는 국회의원이 국민을 협박할 수 있는 나라로 알리고자 소리를 내었으니 말이다.


대통령의 이번 유럽 순방 컨셉은 문화산업 교류 및 창조경제 중심의 '세일즈 외교'라고 한다. 무엇을 세일즈한 것인지는 도통 알 수 없지만 국정원 등의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입장을 "과거의 정치적 이슈"로 규정하며 "개인적으로 의혹을 살 일을 하지 않았다"고 밝히고 태평하게 순방길에 오르는 뒷모습은 해외 관광을 위해 떠나는 여행객 같기만 하다.


대통령의 서유럽 방문소식은 국내 언론에게는 큰 뉴스로 연일 보도되었다. 대통령이 떠나기 전 프랑스 보수 일간지 '르피가로'와 인터뷰 한 내용이 대서특필 됐고, 영국국빈 방문 때의 성대한 환영식 장면은 주요 신문의 1면을 차지했다. 국내에 대서특필된 인터뷰 내용은 번역에서부터 그 의미를 달리했다고 한다. 또한 프랑스, 영국 언론들은 대통령의 방문 소식을 거의 다루지 않았다. 극소수의 언론만이 한국 대통령의 프랑스 방문을 언급했다는 거다.


프랑스의 일부 언론은 대통령의 방문을 계기로 한국에서 일고 있는 국정원, 군의 선거개입 문제, 아버지의 그림자,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문 등을 다루기도 했지만 국내 언론에서 이와 관련된 기사는 찾아보기 힘들다. 영국도 마찬가지였다. 대통령이 한국을 출발하기 전에 BBC가 인터뷰를 했지만 이 기사는 BBC 월드로만 방송되고 영국인들을 위해 BBC에서는 방송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국내 언론사들이 권력에 부역하는 열띤 모습은 언제나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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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시위 사진출처 http://blog.daum.net/rhekaeorn/3743


대통령의 해외방문은 국내 악재로 인한 지지율 하락을 상쇄시키는 요소로 작용하여 한복입고, 정상들과 회담하는 모습이 집중 조명되면서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번 서유럽 방문도 마찬가지여서 갤럽이 대통령의 해외방문 기간이던 11월 4일부터 7일 사이에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전 주보다 지지율이 5%p 늘었고 부정적 평가는 4%p 줄었다고 발표했다.


정치가 몰락한 나라에 외교의 몰락 또한 당연지사이다. 실리도 자주도 없는 그동안의 우리 외교는 정부가 내거는 창조경제에는 턱없이 부족한 ‘눈치외교’ 답습의 구태일 뿐이다. 추상적인 ‘창조경제’가 국내에선 미사여구에 불과하니, 그야말로 ‘우물안 외교’에 머무는 수준이기에 한국외교의 근본 문제를 성찰할 기회를 필요로 한다 하겠다. 외교를 대외용이 아니라 국내 정치용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지나쳐 국민으로서 기만당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국내 언론의 대서특필되는 대통령 나들이가 국민을 기만하는 것으로 보이는 것은 옛 성인들의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는 말을 실감나게 한다. 제 한 몸 제대로 바로 잡지 못하는 정부가 외교를 내걸고 국익을 논하며 ‘세일즈’를 생색낸다는 것이 막힌 가슴을 더욱 갑갑하게 하고 있는 꼴이다. 민주당이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선거개입에 대한 특검을 요구하고 나섰고, 정국은 심상치 않은데도 언론을 통해 비춰진 정부의 모습만 보면 태평천하(太平天下) 같다.


필자는 대통령에게 잘 보이기 위한 것, 국민 여론을 정부정책 지지용으로 하기 위한 국내용 외교를 보면서 세계에 놓인 대한민국의 위상을 좌우할 수 있는 외교부와 그에 속한 외교관들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국경이 사라지고 있는 시대, 외교는 외교관만이 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한다. 국민 한 사람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는 것이 외교라고 생각하기에 피켓을 든 재외국인들의 모습 속에서도 대한민국이 발견될 수 있음을 놓치지 않길 바란다.


서유럽 순방 중 유일한 국빈 방문은 영국뿐인 그런 대접을 받는 나라에 산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외교를 대통령 당선 후에 의례적으로 치루는 주변 국가들을 방문하는 모양새에 치중할 것이 아니라 보다 실질적인 외교부를 갖추고, 역량있는 외교관이 될 인재를 육성하는데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오랜 기간에 걸쳐 지속적인 국가 간의 접촉으로 국내에 필요한 자원을 확보해 실질적인 국익에 힘쓸 국가적인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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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보랏빛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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