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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데스리거들이 대표팀 합류. 축구대표팀 손흥민(왼쪽부터), 구자철, 지동원, 홍정호가 13일 오후 경기도 파주 NFC(대표팀 트레이닝센터)로 들어오고 있다. 2014.5.13/뉴스1

 

 

“엄마, 제발 노란 리본 달고 어디 가지 마세요." 아침 일찍 날아온 문자였다.

 

"기사 뜬 거 보세요. 난 수업 들어 가요."
'노란 리본'을 검색하니 줄줄이 튀어나오는 기사들에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이게 무슨 일이래?

< "노란 리본 단 시민 차단” 경찰 시위지침 드러나
警 “불법시위자 될 가능성이 있다고 차단을 지시”.. 직권남용 논란>

 

대한민국이 갑자기 미래로 이동한 건가. 갑자기 스친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영화의 한 장면들이었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2054년의 워싱턴이 배경이다. 미래의 범죄를 예측하는 세 명의 예지자와 범죄를 예방하는 '프리크라임' 시스템에 의해 6년 동안 범죄가 발생하지 않은 평화로운 도시이다. 그곳은 자동운전 장치에 의해 교통난이 해소되고, 투명액정을 통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접하며 동공인식장치가 신분을 확인하는 최첨단의 사회이기도 하다. 평온해 보이는 도시의 풍경, 그 이면을 보지 않으면 마치 인류가 꿈꾸던 유토피아같다.

 

이 영화가 우리에게 암시하는 것은 과연 과학기술 혹은 인간의 예지능력은 인간의 의식을 정확히 읽어낼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한다. 설사 미래에 일어날 일을 현재에 미리 가늠해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고 해도, 현재 잘 살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을 범죄자 취급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또한 인간의 미래는 확정된 것이 없기에 살아가는 과정에서 얼마든지 수정, 보완되기도 하고 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는 인간이 지닌 의지의 중요성을 말한다. 내 의지로 개인의 선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미래는 현재에서 비롯되어 연결되는 시간의 흐름인데, 내 행동의 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는 이는 그나마 자신밖에 더 있겠나 싶다. 그런데 <경향신문>에 따르면 경찰청 관계자는 “당시 정권 퇴진 등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모인다는 동향이 있어 노란 리본을 단 사람 등은 불법시위자가 될 가능성이 있으니 차단하라는 지침을 서울지방경찰청이 자체적으로 내렸다”고 밝혔다고 한다. 정당성 없는 정부의 정치적 공상이 이제는 이 사회의 아픔을 나누고 책임을 촉구하는데 동참한 시민들을 SF에서 가능한 시간여행까지 가능하게 하려는 것인가도 싶었다.

 

우리 사회에서 불온한 사람의 기준은 무엇인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의 가능성만으로 나의 행동을 차단하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더 큰 문제는 책임을 져야 마땅할 이들이 이런 발상을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 사회가 얼마나 권력의 남용 문제가 극단적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세월호참사에 대한 책임을 묻는 행위는 시민들의 정당한 저항권이다.

 

그간 내 생각을 글로 드러내고 있는 내게 불쑥 조심하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아이들의 불안해 하는 모습들이 안쓰럽다. 이런 아이들에게 무슨 말을 해야할 지, 늘 망설여진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인데 아이들을 오히려 불안에 떨게 만든다.

 

통제는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권력에 의해서라기 보다는 그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암묵적인 승인에서 진행되어 왔음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 사회의 문제들에 대해 간과하고 있었음을, 내 문제로 생각해 보기를 노력하지 않았다는 것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현실에 대한 냉소, 무관심, 거리두기만으로는 세상은 결코 바뀌지 않았다. 내가 살아온 20대는 여전히 지금 내 아이들의 시간대에서 반복되고 있었다. 각자의 영역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능력을 발휘해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한 행위들이 지속되어야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내 삶이 그 근거가 된다는 사실을 통감하면서 직시하고 있다.

 

십대들과 지내는 나의 세상은 늘 나만을 위한 세상으로 펼쳐있다는 생각에 빠지곤 했다. 아이들과 나누는 이 모든 시간들이 세상 안에서 살아갈 수 있는 힘의 원천이 되었다. 이만큼이면 되는 세상인 것을, 마음으로 함께 나누는 이런 공동체라면 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자신에게 주어지는 그 작은 기쁨들은 그리 큰 자산을 필요로 하지 않았는데 싶다.

 

세상의 몰염치한 인간층으로 전락한 권력의 부역자들이 불온한 세력들이다. 내 삶에 행복한 순간들은 내가 숨쉬는 이 사회의 맑고 자유로운 공기에 의해 느껴지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에게 유일하게 공평한 단 하나, '일인일표'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말로, 노란 리본 단 개인들의 저항을 전하지만 이 오월의 변함없는 햇살은 아직도 마음을 아프게 찌르고 있다.

 

 



Posted by 보랏빛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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